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5일 14시50분
고창선비 황윤석, 1768년 배달 냉면을 맛보다
-황윤석의 일기 '이재난고',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음식 기록-1769년과 1770년엔 국수를 사먹은 사실도 적혀 있어
이같은 사실은 이재 황윤석의 일기 '이재난고(頤齋亂藁)'를 통해 당시의 식생활을 유추할 수 있다.
명란젓에 대한 기록은 그보다 후대의 문헌에서 발견된다. '명란'은 명태의 알을 뜻하는 말로, 명태라는 이름은 함경도 명천에 살던 어부 태(太)씨가 처음 잡았다고 하여 '명천의 태씨'라는 의미로 명태(明太)라고 불린 데서 유래했다.
명란젓에 대한 가장 오래된 문헌 기록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와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1800년대 말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명란젓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황윤석은 1768년(영조 44년)의 일기에서 냉면을 먹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시기에는 명란젓을 포함한 다양한 젓갈 문화가 이미 존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배달음식의 역사는 생각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에 나오는 우리 민족 최초의 배달음식은 조선시대 냉면이다.
'이재난고'엔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날짜는 1768년 7월 7일이다. 당시 궁중에서 즐기던 고급 요리인 냉면이 양반층에서 인기가 생겨 배달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냉면이 동치밋국에 만 메밀국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날 경희궁 숭정전 뜰에서 영조가 친림해 치르는 칠석제(七夕製)가 열렸다.
아침을 먹은 황윤석은 친구들과 뭉그적거리다가 시험 시간이 되자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답안지를 완성해 제출했을 때 시간은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였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황윤석은 "예조의 직방에 도착한 뒤 냉면을 불러 먹었다(旣至禮曹直房,呼冷麵, 喫) "
이 냉면은 어떤 냉면이었을까? 예조 직방은 경희궁 바깥에 있었다. 대궐 안이 아니다. '호냉면(呼冷麵)'의 '호(呼'는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명령한다는 뜻이다.
'호냉면'은 대궐 바깥에서 어디론가 큰 소리로 아랫사람을 불러 냉면을 달라고 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황윤석은 어떻게 사람을 불러 냉면을 먹을 수 있었을까? 혹 냉면을 사 오게 한 것은 아닐까?
또, 그가 1769년과 1770년 두 차례에 걸쳐 국수를 사먹었다는 기록을 남겨 국수를 파는 가게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769년 7월 8일 서울에서 국수를 사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황윤석은 전날 있었던 절일제(節日製)에서 2등으로 뽑혔다. 왕은 장원과 2·3등 모두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이에 황윤석은 대궐 아래 숙배청으로 가서 1등과 3등으로 뽑힌 이를 기다렸다.
이때 그는 하인에게 "국수를 사오게 해서 요기를 한다(令下人買麵, 療飢)"
국수를 사 먹은 기록은 1770년 12월 9일 일기에 한 번 더 나온다. 이날 지인 김용겸(金用謙)과 이현직(李顯直)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다.
황윤석은 1전(錢) 2푼으로 국수를 사서 두 사람을 대접하고 자신도 요기를 한다.("是日, 用一錢二分,買麵供二客,余亦療飢")
이 두 사례는 서울에서 국수를 사먹는 일이 드물지 않았고, 국수를 파는 가게도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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