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5일 14시33분
인공지능과 예술의 경계는?
[김스미의 미술산책] 〈70〉 오비어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인공기술을 넘어 예술의 본질을 묻는 실험
정보와 감정, 기술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기획자
2018년, 인공지능이 만든 초상화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 2,500달러에 낙찰됐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 작가는 인공지능을 예술 도구로 삼아 실험한 프랑스 예술가 그룹 ‘오비어스(Obvious)’다. 그림을 그린 화가는 AI 알고리즘이다. 이 초상화는 미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쟁점이 되었다.
이들은 ‘벨라미 가문 시리즈’를 통해 가상의 인물들을 창조한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기술은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즉 생성적 적대 신경망이다. 수천 점의 18세기 초상화를 학습시킨 뒤, AI가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벨라미’라는 이름은 ‘아름다운 친구(bel ami)’에서 따온 ‘인공적 귀족’이라는 풍자적 의미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 2018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Theatre D’opera Spatial), 2022, AI 인공지능 자료
그림 속 주인공은 고전 초상화처럼 검은 옷을 입고 황금빛 배경 앞에 서 있다. 가까이 보면 붓의 질감 대신 픽셀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얼굴의 윤곽은 흐릿하게 녹아 있다. 눈동자는 초점이 없고, 입술의 경계도 모호하다. 이는 AI가 수많은 인간 초상의 평균값을 계산해 낸 결과다. 즉,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지만, 인간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낯익은 표정이다. 화가의 서명은 수학 공식, min G max D Ex'log(D(x))' + Ez'log(1-D(G(z)))'으로 대체됐다. 이는 GAN 알고리즘의 핵심 구조로, 작품의 제작 원리를 말한다.
미술사에서 초상화는 개인의 정체성을 기록하고, 화가의 시선이 인간의 영혼을 탐색하는 장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은 데이터로 환원되었고, 창작자는 알고리즘으로 대체된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오비어스는 “AI는 도구가 아니라 협업자”라고 한다. 작품은 인간이 데이터를 선별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해야만 탄생할 수 있다. 인간의 개입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코드로 개입하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창작 방식을 실험한다.
AI 미술은 이후 급격히 진화했다. 다양한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텍스트 몇 줄로 이미지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Theatre D’opera Spatial)‘은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미술박람회의 디지털아트 부분, 1위를 차지한 미드저니 프로그램으로 만든 그림이다.
AI 결과물은 저작권과 예술의 주체, 그 안에 인간의 감정은 존재하는가? 라는 문제로 큰 논쟁거리다. 또한 데이터의 편향, 알고리즘의 오류 등을 안고 새로운 미학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감정과 경험의 세계를 다룬다면, 인공지능은 정보와 확률의 세계를 표현한다.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에서 또 다른 예술이 태어난다.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은 예술의 정의를 다시 묻는 철학적 사건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인간의 몫이다. 그 협업의 과정속에서, 예술은 새로운 시대의 얼굴을 만든다./화가, 칼럼니스트 김스미
지면 : 2025-11-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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