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4일 13시40분
순창 미술은 한국 미술의 역사
이용엽,‘한국서화사에서 묻혀진 이계 신공제의 고찰’
이계(伊溪) 신공제(申公濟·1450~1522)의 생애와 예술세계 체계적으로 복원, 그의 서예사적 업적을 새롭게 조명했다. 그래서 단순한 서예가의 평전이 아니다. 서화사 속에서 소외된 한 문신과 그 가족이 남긴 기록을 통해, 예학·문학·예술의 교차점을 읽어내려간다.
지은이는 순창 미술은 한국 미술의 역사다고 했다. 그는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貞夫人) 설씨(薛氏)부인 '권선문첩(勸善文帖, 보물)'의 서화도 연구, 분석했다. 작가는 "이제 신공제는 지역에서나 집안에서도 조명을 받지 못한 것 같아 '신공제 신도비명'과 그의 행적 '해동명적' 등의 자료를 찾아봤다. 그가 최초로 글씨를 쓰게 된 동기는 그는 선천적으로 필재를 타고 났으며 그의 연원은 여말의 유명한 서예가로 순은(醇隱) 신덕린(申德麟)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고려말 유림의 종장이었던 목은 이색은 친구였던 신덕린의 글씨 평하기를 '한가할 때의 초서는 풍우(風雨)처럼 상쾌하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순은공의 예서는 덕린체(德隣體)라 칭송했다. 신덕린의 후손들은 덕린체의 전형을 보인다. 지은이는 그를 북파의 시조라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해동명적'에 소개된 신장(申檣)은 신숙주의 증손자이다.
신공제의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희인(希仁), 호는 이계(伊溪). 공조참판 신장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수군절도사 신말주이다. 신공제는 순창의 수석을 사랑해 한 정자를 짓고 스스로 이계주인(伊溪主人)이라 하였는데, 호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신말주의 손자다.
초서와 예서에 능했고 촉체(蜀體)를 잘 썼으며, '해동명적(海東名蹟)'이란 필적을 펴냈다. 글씨는 광주안참판침묘비(廣州安參判琛墓碑)와 남원윤판서효손묘비(南原尹判書孝孫墓碑)가 남아 있다. 청백리에 피선됐으며, 시호는 정민(貞敏)이다.
이 책은 '해동명적(海東名蹟)'을 중심으로 한국 서예사의 주요 전통과 명적들의 서풍을 비교·분석하며, 조선 서예의 형성과 전개를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이계 신공제의 해동명적과 한국서화사의 고찰’에서는 신공제의 생애와 서예적 업적을 다루는 한편 문화적 배경을 세밀히 추적한다. ‘당대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은 신공제’로부터 시작, '해동명적'에 수록된 문종대왕·성종대왕·최치원·김생·신덕리·신장 등의 서첩을 원문과 번역문을 통해 분석했다. ‘온진정 중건기’와 ‘신도비명’을 중심으로 그의 예서·초서의 미적 균형감을 조명한다.
2부 ‘정부인 순창설씨의 역사적 고찰’은 신공제의 배우자이자 조선 전기 여성 문인으로 기록된 정부인 순창설씨(淳昌薛氏)를 다룬다.
설씨부인(1429∼1508)은 사직(司直) 설백민(薛伯民)과 형씨부인 사이에서 1429년(세종 11)에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설씨부인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했고 글 읽기를 좋아해 문장과 필재(筆才)가 탁월했다. 무엇보다 성품이 부드러웠고, 정숙한 덕성을 갖추어 덕망이 높았다. 또한 불교와 유교에 조예가 깊고, 서화에도 높은 수준을 갖고 있었다.
신숙주의 막내 동생인 신말주와 스무살이 되던 즈음에 결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귀래정공파 신씨문중의 출발에 기여하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부처는 곳곳에 머무신다’ 했다. 부처가 이 땅에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순창 광덕산(廣德山, 강천산의 옛 이름)에는 오래 전부터 부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곳을 광덕산 부도암(浮圖庵, 강천사의 전신)이라 불렀다. 그리고 ‘덕을 세상 밖으로 널리 펼친다’는 그 뜻을 펼친 이가 바로 설씨부인이었다. 부인은 부처의 마음을 권선문첩(勸善文帖)에 담게 된다. 이 문첩은 조선시대 여류 문인이 쓴 필적으로는 가장 오래됐고, 사대부 집안의 정부인이 쓴 인과법에 의한 글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작가는 승례문 편액(承禮門) 의 글씨를 쓴 사람으로 신장 양녕대군, 안평대군, 정난종, 유진동 5명읗 거명했다. 정부인 설씨부인 권선문첩의 서체도 깊게 천착했다.
3부‘고령신씨 가문의 글과 그림’에서는 신공제의 후손인 신윤복과 신경준 등 고령신씨 가문의 예술적 전통을 탐색한다. ‘신윤복 도록(畫譜)’을 중심으로 회화세계 등을 조명했다.
지은이는 “이계 신공제는 지역에서도, 가문 내에서도 충분히 조명되지 못한 인물이라 ‘신공제 신도비명’과 ‘해동명적’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신공제는 조선 서예사에서 '해동명적'을 편찬한 문인으로, 그 안에는 서풍의 변천과 미학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진안군 정천면 출생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및 각종 공모전 20여 회 입,특선, 한국서도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장, 운영위원장, 전북서도대전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제25회 전국향토문화공모전에서 '은둔 문화의 꽃' 와룡암으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재1회 전주 관련 기록물 수집 공모전 대상, 진안군민의 장(문화장), 한국서도협회 초대작가상, 진안예술인상 등을 받았다.
전북도립미술관 운영위원, 전라금석문연구회 고문, 전북역사문화학회 부회장, 미술협회 초대 진안지부장, 한국서도협회 이사, 부회장 및 전북지회장을 역임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전주문화원 동국진체연구소장, 진안향토문화예술연구회장, 진안역사박물관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미술대전 30년사’ , '전북미술약사', '우리 인삼의 발자취' 등을 펴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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