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4일 13시38분
전북의 한시 작법과 시대적 정서변화를 느끼다
시집은 그동안 회원들이 지은 일만 3,000여 수의 작품 중 회원들의 첫 작품을 선별, 300여 수를 한 권에 담아냈다. 50년 동안 전주 지역 한시의 변천사, 사회의 관심사, 전주사계의 풍경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연대기다.
그동안 발간한 '패성시사' 문집은 전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문인들의 문학적 경향과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책임편집 및 번역은 김순석, 공동번역은 문미애, 박정화, 배경옥, 신용권, 이덕현이, 텍스트 입력은 임정숙이 맡았다.
작촌(鵲村) 조병희(趙炳喜)선생은 1976년 2월 25일(1집)에 다음처럼 첫 작품을 7언율시로 지었다.
'깊은 산 속에서 질경이 싹을 따고 따며 줍고 완연한 정취에 사람이 돌아오길 기다리네
더딘 봄빛으로 창밖은 추운데 다행히 정으로 부르니 명아주 지팡이 짚고 훌쩍 왔네
골짜기 입구에 구름 개니 새소리 나오는데 산속 길 적막하여 발자국 소리도 드무네
잔잔한 계곡물은 정자 앞의 거울이고 여기저기 낀 이끼는 기와와 돌의 옷이 되었네
采采芣芽拾翠微(채채부아습취미)
宛然情趣待人歸(완연정취대인귀)
委遲春色寒窓外(위지춘색한창외)
幸得情招藜杖飛(행득정초려장비)
谷口雲開禽語出(곡구운 개금어출)
山中路寂鞏音稀(산중로적공음희)
漪漪溪水亭前鏡(의의계수정전경)
點點苔痕瓦石衣(점점태흔와석의)
1978년 7월 20일엔 금천저수지를 시제로 했다. 1979년 7월 20일엔 팔과정(八科亭), 1981년 6월 20일엔 승유재(承裕齋), 광한루에 모여 읊었다. 또, 1982년 2월 20일엔 남원 충렬사(忠烈祀) 창건, 4월 20일엔 의사 추산(秋山) 김일두(金一斗)의사를 추모하는 작품을 남겼다.
'패성한시회(沛城漢詩會)'는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전주전통문화연수원 동헌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 또 같은날 오전 10시 전주향교 문화관에선 학술 세미나 '패성한시회 50년을 돌아보다'를 가졌다.
'패성(沛城)'은 왕도 전주의 별칭이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자신의 고향인 패현(沛縣) 풍읍(豊邑)에서 잔치를 벌이고 나중에 패성 남쪽에 행궁을 건설했다는 데에서 기인,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창업한 이후 전주가 왕실의 본향임을 밝힌 이름이다.
패성한시회는 1975년에 전주 지역의 뜻있는 선진들이 왕도의 자부심을 한시로 전파하고 예향의 근간을 세우고자 설립한 단체이다. '패성시사(沛城詩社)'로 불리는 가운데 전주향교에서 유림(儒林) 주도로 창립된 한시(漢詩) 모임이다.
전라감영 초시의 고장인 옛 패성에서 천년 이상 이어온 한시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보급, 전통문화예술의 진흥은 물론 밝고 명랑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함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이 모임은 무성서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시회(詩會) 등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 한시 창작과 토론, 고전 암송, 시문 쓰기 등 한문 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신입회원 소개, 시제(詩題) 발표, 우수작 선정, 고전 암송 등이 월례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백(遲柏) 김순석 이사장(전주전통문화연수원장)은 "이번 50주년 학술세미나와 기념식은 전주의 문화 자부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면서 “이번 시집은 반세기를 수 놓은 시심(詩心), 그 첫 고백으로 우리 지역 문화 콘텐츠 발굴은 물론 국내 한시 변천사 연구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했다./이좋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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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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