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04일 13시31분
존재의 본질과 삶의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고결한 시 세계
류희옥, 시집 ‘태양의 고독’
삶의 고독을 눈부신 서정의 언어로 승화시키며 굳건히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은 존재의 본질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다.
고통과 번민으로 가득 찬 세계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시인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면서 존재가 가진 이면을 뭉클하게, 간절하게 그려낸다. 고독과 슬픔을 형상화를 함에 있어서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담아 “아름답고 융융한 예술적 사유”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래서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시 속 정황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고 화자와 동일화되어 삶을 반추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시편마다 고통과 슬픔을 직시하고 껴안는 화자의 발화는 지독하게 고독한 세계에서 끝 모를 간절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시춤’을 아름답게 추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이같은 시적 성향은 “오랜 고통 끝에 이룩한 득음의 경지”에 비유된다. 시인이 이룩한 미학적 성취는 ‘한국 시의 찬연한 축복이요, 우리가 그의 시를 읽는 커다란 기쁨의 원천’에 해당한다.
‘바라다본다//단풍 너머/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아웃사이더/철새 한 마리//해마다/왔다 갔다/갔다 왔다/진실한 삶이/진정한 사랑이,채/무엇인지도 모르고//달빛에 왔다/아침 햇살에 스러져 가는/이슬같은,나//청광매미(‘청맹과니‘ 전문)’
꽃담은 소통이다. 집주인의 성품을 드러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초청한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도 소망한다. ‘여기는 내 땅이야’ ‘타인 출입금지’ 식의 엄포가 없다. 질박하면 질박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여유와 만족을 안다. 우리네 조상들의 마음씨를 빼닮았다. 그렇다는 우리는 그동안 속도와 경쟁에 정신을 빼앗긴 채 ‘청광매니’처럼 스쳐 보냈을 뿐이다.
시인은 “세상을 보는 눈과 삶을 영위하는 가치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고 견고해진다”면서 “대자연의 본질을 다양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는 가운데 이를 시로 남겨 보다 풍요로운 이승의 깨달음을 대물림하고자 한다”고 했다.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인은 시를 진솔하게 쓴다. 시의 언어도 매우 간결하며 깔끔하다. 사물과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고 불교 혹은 도교적 자유의 깊이가 숨어 있다”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들의 백합이 잘 가꾼 정원의 장미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가 그러하다”고 했다. 양병호 전북대 명예교수는 “삼라만상에 대한 다정다감한 태도로 우주의 궁극과 존재의 본질에 가 닿으려는 참선을 옹골차게 수행하는 시인이다”며 “대자연의 근원과 본질을 파악, 자연스런 허(虛)의 삶을 이루고자 한다.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천착한다”고 했다.
시인은 남원 출신으로 1989년 월간 ‘시문학’ 우수작품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전북문인협회장·전북문학관장을 역임했다,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전북PEN문학회,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바람의 날개’, ‘푸른 거울’, ‘풀잎이 하는 말’, ‘태양의 고독’을 펴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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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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