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26일 15시44분
[기고]식탁에 다가올 미래, 식품 3D 프린팅
3D 프린팅은 자동차, 항공기,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비싼 금형 없이도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원하는 양만큼 생산할 수 있어 복잡한 구조나 맞춤형 설계에 특히 강점을 가진다. 이로 인해 치아 보철물부터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식품 산업 역시 이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식품 3D 프린팅 기술은 전통 조리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나 질감을 재현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유럽의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호리병 모양의 파스타를 프린팅해 제공하는 등 소비자 경험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모양 만들기’를 넘어, 식품 성분을 정밀하게 조절해 개인의 건강 상태나 영양 요구에 맞춘 ‘맞춤형 식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저당 식품,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제거한 요리, 단백질·지방 비율을 조절한 고기류 등도 식품 3D 프린팅 기술로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을 전후로 식품 3D 프린팅 산업이 가동되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말에 해당 기술에 대한 국가표준을 제정해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식품 3D 프린팅 제품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3D 프린팅은 열을 활용해 소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식재료는 열에 민감해 맛과 향이 변질되기 쉽고, 움직임 제어도 까다롭다. 이로 인해 현재 사용 가능한 식재료는 초콜릿, 퓌레, 반죽 등 극히 제한적이며, 산업적 규모의 생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술 발전을 이끌고 산업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농산물을 포함한 다양한 식재료를 식품 3D 프린팅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쌀과 콩 등 국산 농산물에 가공 기술을 적용해 이 기술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시키고, 각 식재료의 특성과 기술 간의 관계성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적 활용도를 높이고, 농산물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식품 산업과의 융합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식품 3D 프린팅은 새로운 형태의 식품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개인 맞춤형 영양 솔루션을 제공하며, 농업과 식품 산업을 연결하는 기술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연화식이나 치료식 등 다양한 건강 식단을 구현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어 사회적 가치가 크다.
이제 음식을 ‘요리하는 시대’에서 ‘설계하고 출력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식품 3D 프린팅은 농업과 과학기술, 식품 산업이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식문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기술이 우리의 일상 식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국립식량과학원 발효가공식품과 농업연구사 송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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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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