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26일 14시54분
[메아리]1872년 우리 지역 모습은 어떠했을까?
- 진안군 진안현을 중심으로
1872년 지방지도 중 진안현에 국한해서 150여 년 전의 진안을 살펴보자. 진안현 지도는 1매, 채색도이다. 크기는 35×25cm이다. 진안현 영역은 현재 진안읍을 비롯하여 부귀면, 상전면, 마령면, 백운면, 성수면 등이 해당한다. 이 지도의 큰 특징은 행정 경관을 크고 자세하게 부각하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헌, 객사, 향교가 중심부에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행정 경관은 풍수지리상 명당판에 형성되어 있다. 동헌 뒤쪽으로는 진안의 진산인 부귀산이 표현되어 있다. 청룡과 백호가 감싸 안고 진안현 앞으로 명당수인 상림천과 진안천 흐르고 있다. 진안천 건너편으로 안산인 우화산이 그려져 있다. 지도가 제작할 당시에 우화정은 없어졌는지 우화정무(羽化亭無)라 표기되었다. 현재 우화정은 1921년에 중창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진안현은 풍수적으로 완벽한 명당판을 형성한 모습이다.
동헌을 살펴보자. 아사(衙舍)라 표시되어 있다. 동헌은 지방관이 근무하는 곳으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동헌은 현 진안군청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동헌 앞으로 6방에 해당하는 관청이 위치한다. 작청(作廳), 장청(將廳), 형청(刑廳) 등이 있고 향촌 자치 조직인 향청(鄕廳)이 위치한다. 이곳 주변에 군기고와 사창 등이 위치한다. 1871년에 제작된 『진안현읍지』에 의하면 진안현의 현감(縣監)은 외관직으로 육품(六品)이며, 좌수(座首) 1명, 별감(別監) 2명, 군관(軍官) 30명, 아전(衙前) 30명, 지인(知印 : 향리직) 13명, 사령(使令) 12명, 군뢰(軍牢 : 형리) 2명, 관노(官奴) 11명, 관비(官婢) 9명 등이 종사했다. 동헌을 중심으로 오른편에 객사가 위치한다. 객사는 임금의 명령으로 내려온 관리가 묵는 곳으로 임금을 대신하는 상징성이 있어 그 규모가 켰다. 오늘날 진안초등학교 자리가 객사 터로 추정된다. 진안 객사는 1922년에 철거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진안향교는 방향은 맞으나 현재 고림사에서 내려오는 천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지도상으로는 천 안쪽에 있는 것으로 제작되었다. 1872년 지도상으로 본다면 여단에 있는 산줄기 맥에 진안향교가 자리 잡고 있어야 맞다. 오늘날 고림사의 옛 이름인 상림암이 표기되어 있다.
마이산은 1872년 지방지도에 우뚝 솟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마이산 사찰로 금당사가 표기되어 있다. 그리고 마이산 암반에 화엄굴, 수행굴, 복두굴 등도 언급되어 있다. 특히 마이산은 지도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금남호남정맥을 정확하게 표시해 주고 있다. 즉 마이산을 중심으로 오른편은 금강 상류이고 왼쪽은 섬진강 발원지이다. 그래서 금강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물줄기는 수구합류용담마산천(水口合流龍潭馬山川), 섬진강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물줄기는 수구합류임실오원천(水口合流任實烏源川)이라 기록되어 있다. 금강 쪽으로는 죽도와 오늘날 천반산이 요새처럼 그려져 있다. 섬진강 발원지 부분에는 선각산이 표시되어 있다.
1872년 지방지도와 관련하여 당시 가장 특징을 나타내주는 것이 사창의 표시이다. 1872년 지방도에는 흥선대원군의 정책 중 하나가 사창 설치이다. 사창은 본래 환곡제이다. 환곡은 가난한 사람들이 춘궁기 때 굶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한 빈민구제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환곡마저도 부패한 관리들의 이득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에 흥선대원군은 환곡제를 폐지하고 주민자치로 운영하는 즉 지역에 곡식을 저장하고 대여해주는 방식의 사창제를 시행했다. 진안현 지도에만 13개소가 있다. 즉, 가정동, 평지, 오산촌, 수항촌, 언건촌, 반송촌, 평장촌, 강정촌, 궁항(오늘날 성수면 시동마을), 좌포, 외기촌, 물곡, 산정촌 등이다. 흥선대원군 당시 사창제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정책이 추진되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도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국가 역량을 말해주는 산물이다. 미국의 저명한 지도학자인 스로워(Norman J.W.Thrower)교수는 그의 저서 『지도와 문명』에서 “지도는 인류가 노력해서 도전하고자 하는 분야의 하나로 유구하고 흥미진진한 역사가 있고, 여러 시대의 세계관과 문화의 영위를 잘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1872년 지방지도 덕분에 150년 전 우리 지역 모습과 그 속에 투영된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상훈(한국 한방고등학교 교장·진안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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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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