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26일 14시49분
[월요아침]분서갱유(焚書坑儒)
“가짜뉴스는 본인은 물론국민과 나라도 병들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모두 많이 배운 자들이고 고위직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즉 현직 목사를 비롯하여, 판사․검사․변호사 및 고위 공직자 출신의 국회의원, 이념적으로 보수 성향의 신문과 기자, 국가 기관장, 방송패널, 유투버 운영자 등이다. 중국 진시황제 시절이나 조선시대로 치면 학자(선비)에 속하는 엘리트들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근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배격하고 있는 낡은 이념을 토대로 하고 있다. 또 교묘한 속임수나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국민을 속인다. 이제 국민들도 이런 ‘가짜뉴스’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가짜뉴스와 악의적 허위 사실 보도는 형법적 책임을 지게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난 8월부터 미국과 관세협정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일시에 투자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손에 총만 들지 않았지 깡패와 다름없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나라가 안정되고 국제적 경쟁에 이기려면 ‘가짜뉴스’에 대한 현대판 ‘분서갱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서갱유(焚書坑儒)’는 기원전 중국 진나라 진시황(秦始皇)이 사상 통제를 위해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생매장한 사건을 말한다. “분서(焚書)”는 책을 불태우는 것이고, “갱유(坑儒)”는 유학자들을 구덩이에 파묻는 것이다. 이 두 사건을 합쳐서 분서갱유라고 부른다. 이는 진나라의 법가사상 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유가 사상과 학문 전반을 탄압하려는 시도였다.
중국을 통일하고 8년이 지난 BC 213년 진시황은 학자 70명을 초대해 수도 함양에서 연회를 열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주청신이 진시황의 공덕을 찬양하자, 제나라 유학자 순우월이 옛것을 버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승상 이사가 진시황에게 간한다. “여러 유생이 지금을 본받지 않고 옛날을 학습하며 당세를 비판하고 백성들을 미혹하고 있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천하를 통일하고 흑백을 가려 독존이 누구인지 결정하셨습니다. 제자백가의 책은 모두 태우시고 옛것을 들어 새것을 비방하는 자들은 일족을 멸하십시오.” 그러자 진시황이 이사를 편들며 말했다. “좋다. 시행하라.”
이리하여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는 공자와 맹자 등 춘추전국시대 유명한 사상가들의 논설이 기재되어 있던 많은 책을 거두어 불태워 버렸다. 의서와 농서 같은 실용 서적만 남겼다. 이것이 그 유명한 ‘분서(焚書) 사건’이다.
진시황은 책을 태워버리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다음 해인 BC 212년에는 불로초를 탐색하다 실패하게 된 본인의 과오를 엉뚱하게도 유학자들에게 뒤집어씌워 460명을 잡아들여 산 채로 묻어버렸다. 이를 ‘갱유(坑儒)’라 한다.
우리에게 진시황은 잔인한 폭군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 중국인들의 시각으로 진시황은 큰 업적과 번영의 틀을 마련한 위대한 황제로 재평가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유학자 관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비판 혹은 변론하면서 ‘분서갱유’의 고사가 자주 언급되었다.
20세기 초 나치즘이라는 희대의 전체주의 사상으로 전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갔던 히틀러 역시 “국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히틀러가 자랑스러워했던 제3제국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패망과 함께 사라졌다.
우리나라에도 독재와 계엄을 했던 역대 대통령이 여럿 있었다. 반성하지 않는 지도자는 결국 본인은 물론 국민과 나라도 병들게 한다. 역사는 많은 것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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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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