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23일 09시22분
일상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재앙 '프리온병'
곽용태 '프리온병, 가장 낯설고 가장 위험한 치매 이야기'
프리온병은 일반적인 감염병과는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유전물질(DNA나 RNA)이 있는 것도, 암처럼 유전적 요인만으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몸속에 있는 정상 단백질이 잘못 접히는 것만으로 시작된다.
이 변형된 단백질이 마치 도미노처럼 주변의 정상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바꿔놓으며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을 뚫는다. 이 질환은 일단 시작되면 치료나 회복 없이 급속히 진행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 책은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1990년대 전공의 시절, 교과서 한 귀퉁이에 있던 희귀병을 직접 마주한 경험을 시작으로, 프리온병의 미스터리한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지은이는 이름조차 생소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을 비롯한 프리온 질환의 실체를 파헤치며, 전문적인 의학 정보뿐만 아니라,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의료 윤리, 그리고 과학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담아냈다.
지은이는 프리온병을 단순히 의학적 질병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18세기 양들에게서 시작된 '스크래피'부터 파푸아뉴기니 포르족의 식인 풍습을 통해 밝혀진 '쿠루병', 그리고 최근 야생 사슴과 낙타에 퍼지고 있는 '광록병'에 이르기까지, 프리온은 자연과 인간의 무분별한 접촉이 낳은 재앙임을 경고한다. 그러나 단순히 경고에만 그치지 않고 이 질병을 둘러싼 의학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까지 다각도로 조명하며, '자연과의 조화', '과학적 진실에 대한 태도', '생명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우리가 보이지 않는 위험에 어떻게 대비하고, 예측 불가능한 재앙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0-24 10면
http://sjbnews.com/862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