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22일 15시21분
[기고]마(산약), 기후변화 시대의 새로운 재배 전략
이처럼 기후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농업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작물의 수량과 품질이 들쭉날쭉해지고, 병해충 발생 시기와 양상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농업은 ‘계절과 경험에 의존하는 산업’에서 ‘환경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약용작물 역시 이러한 변화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다. 대부분 노지에서 자연 환경에 의존해 재배되던 약용작물은 고온과 집중호우에 특히 약하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폭염과 폭우는 병해 발생을 증가시켰고 수량과 품질이 불안정해지면서 농가의 고민이 커졌다.
마(산약)는 이러한 약용작물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2023년 재배면적은 614ha로 전체 특용작물 가운데 6위에 해당하며, 한약재뿐만 아니라 생식이나 가공식품 원료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마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이제는 재배 환경을 사람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재배 전략이 필요하다.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지난 3년간 마 노지 디지털 재배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를 추진하여, 자동 관수·관비 기술을 도입한 결과, 기존 재배 방법 대비 44%의 수확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시설에서 마를 재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설 재배는 비닐하우스에 관수·관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덩굴성 작물의 특성에 맞춰 약 1.2∼1.6m 높이의 지주와 유인 시설을 설치해 안정적인 생육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마 괴경(덩이줄기) 종근을 주간거리 50cm, 1열로 심었을 때 기존 노지에서의 재배 때보다 괴경의 수확량이 약 10%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마 생육기간 조절이 가능하고 탄저병 등 지상부 병 발생률은 10% 미만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생육기 동안 관수개시점을 –25~–35kPa 수준(사양토 기준, 토양수분함량 평균 15%)으로 관리하면 출현 시기가 균일하고 수확량도 약 14% 증가하는 것도 밝혔다. 이는 물 관리가 마의 생육과 수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시설재배가 정밀한 환경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결국 시설재배는 기존 노지 재배에서는 얻기 어려운 안정적인 수확량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시설비, 넓은 면적에 적용 여부, 토양 연작 장해 문제, 중장비 활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설재배의 장점은 분명하다. 자동화 기술과 스마트팜 환경 제어 시스템을 접목한다면 노동력 절감과 정밀한 관리가 가능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마 재배에서도 새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후변화 시대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가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재배과 농업연구사 유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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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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