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21일 14시26분
[기고]가을 단풍, 자연이 빚어내는 색의 향연
단풍은 일반적으로 일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점차 물드는데, 9월 상순 이후 기온의 높고 낮음에 좌우되어 기온이 낮을수록 빨리 물들고 기온이 높을수록 늦게 물든다. 기상청에서는 산 전체로 보아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 시작으로, 약 80%가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으로 본다. 우리나라 단풍은 대체로 북쪽에서 남쪽, 고지대에서 평야로 내려오며, 보통 9월 말 설악산에서 시작해 10월 중순에서 11월 초 사이 전국적으로 단풍의 절정을 맞이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단풍의 시작과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늦어지는 추세이다. 전국 유명산의 단풍 시기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으며, 내장산의 경우 평년 단풍 시작일은 10월 20일이지만 작년은 10월 31일로 평년보다 11일이나 늦었고, 재작년에 비해서도 4일 늦게 단풍이 관측되었다. 올해도 단풍이 물드는 시기가 평년보다 늦을 것으로 민간에서는 전망하고 있어, 지구온난화가 단풍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단풍은 계절의 풍경을 넘어 기후변화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후 데이터로, 늦게 물드는 가을 단풍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 배경에 드리운 기후변화의 그림자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매년 가을 단풍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단풍은 지역 관광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내장산 단풍은 전국적으로 유명해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기후변화로 단풍 시기가 늦어지고 지속시간이 짧아지면 관광객 유입 시기와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지역축제 일정을 조정할 필요성도 생기고 있다. 또한 단풍은 관광사업뿐만 아니라 농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풍이 늦어진다는 것은 곧 계절 전환이 지연됨을 의미하기에, 농가의 겨울 농업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렇듯 단풍의 시기 변화는 자연경관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주기에, 기상청은 매년 전국 21개 유명산의 단풍 시작과 절정을 관측하고 단풍현황 사진을 기상청 누리집 날씨누리를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풍 관측은 매년 동일 지점, 동일 개체에 대해 수행하고, 더불어 통계 분석을 통해 기후변화의 추이를 분석하고 있다.
단풍을 즐기기 위해 가을 산행을 계획한다면 단풍현황 정보를 꼭 활용하길 바라며, 날씨 전망과 실시간 기상정보 확인도 잊지 말기를 권한다. 여행 전 중·단기 예보로 원하는 날짜의 기상 상태를 파악하고 출발 후에는 6시간의 초단기예보를 통해 실시간 날씨를 확인한다면, 화창한 날씨에 곱게 물든 산의 풍경을 즐기며 가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쓰레기를 되가져오는 등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노력과 탄소중립 행동을 실천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자연이 선사하는 찰나의 예술인 단풍으로 찬란히 물든 산천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의 소중함 또한 다시금 떠올려 볼 때이다.
/기상청장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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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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