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20일 16시33분
[온누리]지역축제, ‘흥행’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매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지역축제가 열린다. 봄꽃 축제, 여름 해변 축제, 가을 수확 축제, 겨울 눈 축제까지 사계절 내내 축제의 현수막이 거리를 메운다. 지역 축제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며, 외지인들에게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문화적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축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겉으로는 성대한 행사를 치른 듯 보이지만, 막상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기억에 남지 않는 축제’로 끝나는 일이 빈번하다.
첫째, 형식적·중복적 축제 운영이 문제다. 전국 각지의 축제들이 비슷한 프로그램과 연출 방식으로 진행돼 차별성이 부족하다. 유명 가수 초청 무대, 불꽃놀이, 먹거리 장터 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구성이다.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자원을 살린 콘텐츠 개발보다는 단기간에 사람을 모으는 방식에 치중하다 보니 축제의 정체성이 흐려진다.
둘째, 주민 참여 부족도 심각하다. 축제가 본래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적 열정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외부 대행업체가 기획과 운영을 도맡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은 단순한 관람객이나 행사 인력으로 동원될 뿐, 주체로서의 역할은 미미하다. 이로 인해 축제가 끝난 뒤 지역에 남는 것은 쓰레기와 피로감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셋째, 경제적 실효성 부재 역시 문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숙박·음식·관광 소비로 이어지지 못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운영 방식으로는 외부 관광객의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렇다면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 우선, 지역 고유 자원의 발굴과 콘텐츠 차별화가 필요하다. 축제의 주제를 해당 지역의 역사, 자연환경, 산업, 전통문화 등과 긴밀히 연결해 ‘오직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축제가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체험하는 문화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주민이 주도하는 축제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지역민이 직접 기획단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때 축제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자부심과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마을 단위의 소규모 프로그램이나 전통 예술단의 참여 확대, 주민 공모전 등을 통해 주민들의 주체적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관광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축제를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축제를 계기로 지역의 관광 인프라와 브랜드를 강화해 사계절 내내 방문객이 찾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 지역 상권과의 연계, 친환경 운영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지원의 방향성 전환도 요구된다. 단순히 행사 개최 실적이나 방문객 수에 집중하기보다, 축제가 지역사회에 미친 실질적 효과와 문화적 가치, 주민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 낭비를 줄이고, 질 높은 축제를 육성할 수 있다.
지역축제는 지역의 얼굴이다. 보여주기식 흥행 경쟁에서 벗어나,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 변화를 모색할 때다.
/정금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10-21 6면
http://sjbnews.com/86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