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19일 16시52분
[메아리]내 번호는 누가 줬나: 선거문자 공영제 도입하자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개인정보 남용 위험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코로나 당시 지자체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수집한 시민 전화번호가 선거 국면에서 후보 캠프로 흘러들어가는 ‘음성 경로’는 지역 곳곳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선거철마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민원이 폭증하고, 불법 수집이 입증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크다. 그러나 현행 체계에선 유출 경로 추적과 책임 귀속이 쉽지 않다.
둘째, 경쟁의 출발선이 다르다. 현직 단체장·여당 후보는 더 방대한 연락처에 접근하고, 신인·소수정당 후보는 비용과 데이터 한계로 뒤처진다. 익산 사례로만 봐도 유권자 234,600명에게 장문 1건 25원을 가정하면 1회 약 587만 원, 법정 8회를 꽉 채우면 약 4,700만~4,800만 원이 든다. 데이터가 없는 후보는 ‘절반도 못 보내는’ 순간, 유권자 접촉 기회에서 승부가 갈린다.
셋째, 법의 취지를 우회하는 편법이 일상화되어 있다. 자동 동보통신 8회 제한이 있으니, 사업자들이 20명 단위 분할·다중 회선 등 편법적 서비스를 제시해 사실상 횟수 규제를 무력화한다.
넷째, 법 집행과 판례의 간극이 여전하다. 대법원은 자동 동보통신·대량 문자 전송을 선거법상 규율 대상으로 보면서도, 구체 행위가 어떤 죄책을 구성하는지는 사안별로 다퉈져왔다. 이 공백은 현장에서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혼란을 낳고, 후보·대행업체·유권자 모두를 피로하게 만든다.
개혁의 핵심은 데이터의 공공화와 발송의 중립화다. 절차는 간명하다. 첫째, 중앙선관위가 모든 수신 DB를 단일 관리한다. 주민등록·선거인명부·지자체 보유 연락처 등 법률상 허용된 범위에서 ‘선거 메시지 수신 전용 목록’을 구축·정기 정합성 검증을 한다. 유권자는 상시로 수신 동의·거부·수정을 할 수 있고, 이력은 투명하게 기록하여 정보주체권을 보장한다.
둘째, 후보자는 선관위에 ‘문안 파일’만 제출한다. 글자 수·표기 요건(선거운동정보, 불법수집신고 118 등)과 표현 준칙을 통과한 메시지만 통과한다. 회차는 법정 8회(예비+본선 합산) 그대로 유지하되, 회차 카운팅·송출·증빙(누가 언제 무엇을 보냈는지)은 선관위 시스템이 일괄 집행한다.
셋째, 비용은 후보가 선관위에 선납하되, 청년·신인·소수정당 감면을 두고, 중장기적으로는 선거공영제 재원으로 기본 8회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메시지당 단가 협상·부가통신사업자 선정도 선관위가 공개 경쟁으로 일괄 계약한다.
넷째, 위반은 실시간 차단·사후 제재로 분명히 한다. 총8회 이외의 불법 문자 발송은 즉시 중지·고발한다. 반복 위반 업체는 입찰 배제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개인정보 보호가 되어 지자체·캠프·업체로 흩어진 전화번호가 선관위에서만 처리되니, 유출 경로가 줄고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 수신 동의·거부가 한곳에서 관리되니 ‘문자폭탄’ 체감도 줄어든다. 그리고, 공정 경쟁이 되어 누구나 같은 풀(선거인명부 기반)의 유권자에게 동등한 횟수로 도달한다. 데이터 접근 격차가 비용 격차로 번지지 않는다. 또, 법 준수로 8회 카운팅·라벨링·고지의무를 선관위가 자동화하면 편법적 분할·우회 발송 여지가 급감한다. 끝으로, 유권자 신뢰 회복으로 발신자 신원·회차·수신 관리가 명확해지면, 유권자는 ‘공적 채널’로 온 메시지를 정보로 받아들인다. 스팸과 선거정보가 구분된다.
비용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지금도 후보별로 쪼개서 더 비싸게 보낸다. 선관위 일괄계약은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낮춘다. 또한 8회 기본 패키지의 공영화는 돈이 정치의 진입장벽이 되는 구조를 완화해, 정치 다양성을 높인다. 문자만큼 비용 대비 접촉력이 높은 수단도 드물다. 청년 등 정치신인이 정책을 설명할 최소한의 루트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보험이다.
선거는 정보의 대결이자 신뢰의 경쟁이다. 우리는 문자 8회라는 ‘규제 숫자’만으로는 불법·불공정·피로도를 줄일 수 없음을 반복해서 확인해 왔다. 답은 간단하다. 데이터는 공공의 금고에, 발송은 중립 채널로, 비용은 합리적 공영화로 옮기는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공정 문자 플랫폼’을 가동하면, 후보는 정책으로 승부하고, 유권자는 덜 짜증 내며, 법 집행은 쉬워진다. 이제 공직선거법을 고쳐, 문자에서부터 공정과 신뢰의 표준을 세우자.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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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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