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고병하 - 2025년 10월 18일 16시26분
부안군, 꺼져가는 골목상권 불빛 다시 켜야 할 때
불 꺼진 상점이 늘어나고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가 거리마다 즐비하다.
이를 대변하듯 지난 3년 동안 부안군에서만 181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사라진 상점 숫자 뒤에는 한 사람의 생계, 한 가족의 삶,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온기가 사라진 현실이 숨어 있다.
골목상권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지역의 이야기가 오가고 사람의 숨결이 이어지는 생활의 터전이고 공동체 활성화의 장이다.
그러나 인구감소, 대형 유통채널의 확장, 프랜차이즈 점포 급증, 온라인 소비 확산이 맞물리면서 지역 골목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골목상권이 사라진 도시의 풍경이 얼마나 황량한지 우리는 이미 체감하고 있다.
과거 새벽까지 인파로 붐비던 부안의 골목상권은 이제 저녁 9시만 되도 어둠이 내려앉아 을씨년스럽다.
부안군은 2023년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골목형 상점가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진성·격포·곰소·석정 등 4곳 373개 점포를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골목상권 상인들이 느끼는 변화는 거의 없다.
단지 온누리상품권 가맹 등록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푸념만 가득하다.
행정의 조례 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정책은 문서 위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다하는 것이다.
인천광역시는 상인회에 최대 2000만원의 사업비를 직접 지원해 상인들 스스로 상권 환경 개선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의 지원 아래 상인들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고 침체된 골목상권 활성화의 답을 찾고 있다.
행정이 틀을 만들고 상인들이 움직일 때 골목 경제는 어둠을 걷어내고 스스로 살아난다.
부안군도 이제는 상인공동체가 조직된 곳부터 단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행정적 지원과 재정적 뒷받침이 함께 이뤄질 때 침체된 상권이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지원금 등 단기적 사업보다 골목상권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행정은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사회는 함께 연대해야 한다.
지금 골목상권은 절실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행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현장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한다면 부안군 골목의 불빛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을 모은다면 그 불빛은 다시 지역 공동체를 따뜻하게 비추는 찬란한 태양으로 피어오를 수 있다.
골목상권의 불빛은 단순한 전등이 아니다.
부안의 사람과 삶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며 그 빛을 지켜내는 것이 곧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이강세 (부안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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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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