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15일 14시52분
음악이 갖는 사회적 기능과 정체성 형성의 역할 탐구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음악의 현대적 전승과 동시대의 언어' 발간
판소리, 시나위, 주악도, 정가, 농악, 민속놀이, 들노래, 공연예술축제를 주제로 한 연구서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은 고구려고분벽화의 주악도부터 공연예술축제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의미를 살피고, 나아가 판소리와 시나위의 연구사와 실연 양상, 지역의 민속문화와 공동체 놀이 등을 통해 음악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과 정체성 형성의 역할을 탐구했다.
이 책은 단순한 문헌 검토나 정리 연구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현장의 예술가들과 만나고, 공연장을 직접 찾고, 지역 주민과 예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연을 보고, 때로는 그 속에서 좌절하고, 감동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전통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중심으로, 이 책은 전통음악의 여러 장르와 실천 방식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실천되고, 기획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전통음악이 오늘날의 문화생태계 속에서 어떻게 재맥락화될 수 있는지를 공연예술축제 프로그램, 민속놀이, 농악 등 공연문화의 다양한 영역을 통해 고찰하였다.
이 책은 4부로 나뷔어진다.
1부에서 3부까지는 논문 형식으로 학회지 발표 논문과 미발표 글을 구성한 것이고, 4부는 칼럼과 리뷰로 신문에 게재한 내용이다. 각 장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연구 대상을 갖고 있으나, 공통적으로‘전통음악의 현대적 전승’이라는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1부는 공연미학적 관점에서 판소리 연구사를 검토하여 이를 준거 틀로 도입하고, 판소리를 문학이나 음악, 나아가 연극의 차원을 넘어 공연예술로서 이해하고자 했다. 시나위는 전반적으로 연구사를 살펴 연구 경향을 분석, 그 실연 양상의 현대적 전개를 포괄적으로 살펴 시나위의 다양한 활용과 확장성에 주목했다.
또, 소리판에서 고수의 역할을 고수 관련 용어를 중심으로 고찰하여 고수의 음악적 기능과 역할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폈다.
2부는 지역 민속문화와 공동체 놀이를 통해 음악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과 정체성 형성의 역할을 탐색했다.
이는 향토민요나 농악, 집단놀이의 전승 양상과 그 예술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통음악이 단지 예인에 의해 ‘보존’되는 것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삶과 기억, 그리고 실천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 중요한 예시가 된다. 특히 놀이와 예술, 음악과 노동, 전승과 기획이 한데 어우러진 민속예술의 복합성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예술적 모델임을 시사한다.
3부는 고대 주악도와 현대 공연예술축제 프로그램을 다루었다. 전통예술이 축제라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재맥락화되는지, 현대적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기획되고 소비되며, 동시에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창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예술성과 대중성, 전통성과 현대성의 긴장 속에서 전통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동시대의 언어’를 획득하고 소비하는지를 탐구했다.
4부는 동시대의 문화생태계 속에서 전통예술이 가지는 미래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판소리의 글로벌 전략, 지역문화의 세대 계승, 예술적 동시대성의 지향점 등을 중심으로 전통예술의 사회적 기여와 과제를 생각해본다. 전통예술을 단지 과거의 미화나 회상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문화 자산으로 바라보았다. 판소리의 세계화 가능성, 지역 중심 전통공간의 문화생태학적 가치, 문화 다양성 속의 독창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작가는 "오늘날 전통예술을 둘러싼 문화적 갈등, 세대 간 미감의 차이, 지역성과 세계성 사이의 균형 문제 등 복합적인 문화현상 속 사유와 예술 현장에 대한 존중, 예인에 대한 연대의식이 바탕이 됐다"면서 "이 책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깊이와 예술적 다양성을 확장시키고 전통예술의 동시대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생성하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와 전북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심의위원,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간행물윤리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 전북대학교 강의전담 교수, 단국대학교 연구교수 등을 지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0-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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