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10월 14일 15시36분
농업과 첨단 바이오산업의 결합, ‘녹색 생물공장’
농촌진흥청 식물소재바이오공학과 이선경 농업연구사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스템은 기존의 미생물 또는 동물 세포를 이용하던 생산 시스템과 비교해 여러 강점을 지닌다. 식물은 병원체 오염의 위험이 낮고, 복잡한 당쇄(단당류가 연결된 구조) 변형 구조를 구현할 수 있으며, 빛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담배(Nicotiana benthamiana)와 같은 식물은 다른 작물보다 쉽게 외래 유전자를 일시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어 감염병 대응 등 신속한 단백질 생산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식물 내에서 고기능성 단백질을 안정적이고 고효율로 생산하기 위해서 ‘합성생물학’ 기반 기술이 핵심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전자 회로 설계, 다중 유전자 조립, 조직 특이적 발현 조절 등의 기법이 있는데, 이들 기술은 식물 내에서 복잡한 생합성 경로를 구축하고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데 이바지한다. 또한, 의약품 수준의 품질과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플랫폼 설계뿐만 아니라 실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 기반 위에서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은 실제 상업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셔병 치료에 사용되는 재조합 효소 엘라글루세라제 알파(Elelyso®)를 들 수 있다. 이 약은 당근 세포에서 생산하여 2012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식물 기반 상업용 의약품이다. 이와 더불어 담배 식물에 일시적 유전자 발현과 프로모터 최적화 등을 적용해 높은 생산성과 신속성을 달성한 에볼라 항체 치료제 ZMapp, 임상 시험을 거쳐 캐나다 보건당국에서 승인받은 캐나다 메디카고(Medicago)社의 식물 기반 코로나19 백신 등의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항체 기반 치료제, 인슐린 유사 단백질, 성장호르몬 등 호르몬성 의약품의 식물 발현 연구도 상용화 단계까지 진전된 상태다. 식물을 활용한 치료용 단백질 기술은 점차 실용적인 산업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 식물 기반 백신 개발 기업은 담배 식물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식물 유래 돼지열병 백신인 ‘허바백(HERBAVAC)’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식물 기반 동물용 백신 기술이 기초 연구를 넘어 산업화까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농촌진흥청 역시 식물 유래 재조합 단백질의 효율적인 생산과 이를 바탕으로 한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산업화를 위해 유전자 발현 최적화, 식물 기반 생산 플랫폼 개발, 합성생물학 활용 생산 기술 등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식물을 녹색 생물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술은 지속 가능한 농업, 바이오의약품 자립화, 인류 건강 증진을 동시에 실현할 전략적인 해법이다. 바이오산업과 융합한 농업은 미래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전환되고, 식물 기반 기술은 그 중심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와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선점의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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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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