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14일 14시40분
그림 속 연꽃이 품은 뜻 ‘알면 보인다’
서예가 조현판, '옛 그림의 상징 사전' 발간
연꽃 한 줄기만 그려진 그림, 연꽃과 원앙을 함께 담은 그림, 연꽃 옆으로 학이 노니는 그림은 각각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까. 서예가 조현판선샌이 '옛 그림의 상징사전(펴낸 곳 도서출판 대학서림)'을 펴냈다. 10번째 저서로, 한국화와 서예 속에 내재 된 상징 의미들을 알기 쉽게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을 편찬하게 된 것은 한메 조현판 선생이 낙관 관련 자료를 뒤적거리던 중 낙관의 한 부분인 ‘옛 그림의 상징’을 참고 자료로 쓸 요량으로 차곡차곡 모은 게 계기가 됐다. 꽤 많은 분량이 쌓이자 혼자 두고 보기에 아까운 마음에 지난 2013년 ‘낙관과 서예문인화’라는 책에 포함해 출간한 바 있다. 당시 책에 수록된 ‘옛 그림 읽기’를 수정·증보 편집해 가나다순으로 보기 쉽게 엮은 책이 ‘옛 그림의 상징사전’이다.
예전의 화가들은 그림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먼저 생각하고, 그 용도에 합당한 문자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설정해 그림을 그렸다. 자연히 그 소재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할 때에야 옛 그림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책은 가지, 달마도, 복어, 신발, 앵무새, 장승, 향나무 등 다양한 소재가 품고 있는 의미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 모란과 고양이, 나비를 조합하면 ‘70~80세가 되도록 장수하며 부귀를 누리다’, 코끼리 등에 보병을 얹은 모습은 ‘천하가 태평해 살기 좋은 세상이 이뤄지길 축원하는 뜻’ 등 복수의 소재가 함께 화폭에 담길 때 자아내는 상징 역시 정리했다.
이 같은 다양한 상징을 제대로 알고 동양화를 본다면 이전에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그림 속 풍성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다.
지은이는 "동양의 그림은 의중(意中)의 그림이기에 그 은유하는 바를 잘 읽어내어야 한다. 대상을 관찰하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후, 그 정취(情趣)를 제대로 음미할 때 진정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보면 단순한 그림 한 점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보면 작가의 진정한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펴내었다"고 했다.
또, 화제(畵題)에 관한 도움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림으로 시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구절은 그림이 곧 시일 수 있다는 시화상보(詩畵相補) 정신을 역설했다. 옛 성현들의 그림을 통해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물아일체사상(物我一體思想) 까지를 읽어내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
작가는 진주 대곡 출신의 원로 서예가다. 지은이의 작품은 서울예술의 전당, 국립현대미술관, 러시아국립동양사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기념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충문·현충관 휘호, 가락국기 김수로왕 허황후 비, 3.15국립묘지 시비, 한국전쟁민간민희생자 위령탑 비 등의 금석문을 썼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창신대학·문성대학 강사, 한국미협, 근묵서학회, 국제서예가협회, 경남서단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메서예연구원을 운영, 현재 창원 마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0-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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