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14일 14시29분
정감 어린 시어로 쓰인 고독과 회오의 시간
김명숙, 5번째 시집 '겨울 속의 봄‘ 발간
시인은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단상과 글을 통해 계절의 자리에 오롯이 파고 들은 인연과 기억을 전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는 시인의 삶을 관통하는 고독과 회오의 편린이 엿보인다.
1989년에 교통사고로 일급 장애인이 되어 창살없는 감옥에서 누워지내면서 쓴 옥동자이다. 지은이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소하고 소소한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깨달음을 글로 표현했다.
손끝에서 묻어나는 사랑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이 시집은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살아갈 시간을 다시 한번 그려보겠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마음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겨울의 끝자락 봄 색깔로 덧입히는데/때 아닌 찬바람이 눈을 몰고 오네//겨울인 듯 봄인 듯 알쏭달송하고/오던 봄은 눈 속에서 길 잃고 허둥지둥//부지런한 노란 개나리가 꽃 피우며/성급하게 봄 마중 나와 떨고 있네//지나가던 행인들이 가던 길 멈추고/옷길을 여미며 애처로운 눈길 보내네//(’겨울 속의 봄 전문)‘
비록 작품집에 담긴 시들은 현란한 수사는 없지만 오랜 시력에서 풍겨 나오는 다양한 매력을 뿜어낸다. 깊은 사유와 따뜻하고도 서늘한 시선, 탄탄한 짜임새와 형상화, 적확한 문장 등도 그렇지만 반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도, 아침저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낄 때가 있다. 어느 순간 봄 같기도 하고,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여름, 쓸쓸하면 가을이 되고, 꽁꽁 얼어 내 속으로 갇히면 겨울이 온다. 시인이 어떤 의미에서 변덕쟁이이다. 민감해야 하고 변화를 자주 느껴야 한요. 사계절을 맞아야 새 감각이 생기고, 사계절이 있어야 제가 먼저 변한다”
많은 시편에서 더 깊어진 사유와 따뜻하고도 서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의 의식은 누구나 그렇듯 시간의 연속성 위에 놓인다. 하지만 시인의 시간은 흐름이 아니다. 찰나적인 충돌과 함께 번득이는 깨달음이란 삶의 비의일 수밖에 없어서 시인의 시적 의식은 화석처럼 언어의 질감으로 빛을 얻는 순간이 된다.
시인의 시의 위치가 외따롭고 번잡을 견디는 인고(忍苦)의 시간에 놓이는 것은 그의 시적 관심이 지극히 사소하면서도 내면의 응시를 놓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시인의 운명과 다름 아닐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근원과 그토록 오랜 천착에 대한 물음과 대답의 메아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무구한 생명력으로 작용한다.
작가는 시집 ‘별 것 아니다’, ‘내 친구’, ‘별 바라기’, ‘바람이 지난 자리’ 등 시집과 산문집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이야기'를 펴냈다.
예술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10-15 10면
http://sjbnews.com/861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