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0월 13일 14시21분
[기고]음식에서 찾는 치유, 세대 취향 담는 것이 중요
음식은 맛과 향, 질감으로 오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 위안을 주며,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친숙한 자원이다. 특히 논밭의 푸른 경관과 계절을 담은 작물, 흙과 곤충, 동물 등 농촌의 다양한 요소와 어우러지면서, 음식은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는 치유농업의 특별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실제로 전국의 만 20~7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 치유음식을 건강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산책과 명상, 농작물을 가꾸고 수확하는 체험에 정성이 담긴 음식을 더했을 때, 신체적·정신적 안정감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대별로 치유음식에 대한 인식과 선호가 뚜렷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1996년 이후 출생한 Z세대는 새로운 경험과 감각적 만족을 중시하며, 디저트류, 아이스크림이나 짠 과자류 등 자극적이고 간편한 음식을 치유음식으로 여겼다. 1980~1995년생인 밀레니얼세대는 정서적 안정과 감성적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초콜릿류, 달지 않은 커피 및 차류 등을 선호했다.
반면 1965~1979년생인 X세대는 신선하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식재료와 편안한 섭취 환경에 가치를 두며 샐러드류, 생과일류 등을 치유음식으로 인식했다. 1964년 이전 출생인 베이비붐세대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고려하며 밥류, 전·부침개류, 국류, 김치 및 생채류, 떡·한과류 등 익숙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선호했다. 세대가 높아질수록 ‘친환경’, ‘제철’, ‘신선도’와 같은 요소를 더 중시하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취향보다는 각 세대가 음식을 통해 기대하는 치유 효과, 즉 심신 건강을 해석하는 인지와 가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치유음식에서 재미와 새로움, 감각적 만족을 원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정서적 위안과 신체적 회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정작 치유농업 현장에서는 치유음식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가이드라인 없이, 운영 주체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프로그램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세대별 인식 차이 등 객관적 자료가 반영되지 않으면 참여자 만족도와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계·현장·기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세대별 특성과 기대 효과를 반영한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치유음식의 효용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음식 기반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개인 건강 증진과 정신적 안정을 지원할 뿐 아니라,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확산하고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변화하는 건강 트렌드와 식생활 문화를 반영하고, 맞춤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치유음식 자원의 활용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농업·농촌의 미래가치를 확장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길 기대한다.
/국립식량과학원 식생활영양과 장경아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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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10-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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