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0월 13일 06시55분
색채, 자연의 언어
[책 마주보기]괴테의 '색채론'(이지혜)
여기와 저기, 위와 아래, 작용과 반작용, 결합과 분리 같은 모순 양립적인 자연 현상이야말로 괴테에게는 인간 삶에 존재하는 들숨과 날숨 같은 것이다. 요컨대 자연을 이해하는 데 인간의 감정과 유기적인 조응 관계를 강조한 괴테는 색이 특정한 감각적, 정서적, 심미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피력하면서 색채의 심미적인 효과를 경탄해 마지않는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위엄을 나타내는 색으로 자색을 꼽는데 이는 색채의 상징적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비유적인 사용에서는 우연적인 요소와 자의적인 요소 즉 어떤 관습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어 그 기호의 의미가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녹색의 경우 사람들은 그 색에 희망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더하여 인간의 직관과 시원적 관계를 나타내려고 할 때 색채를 하나의 언어처럼 쓸 수 있다. 신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그 시원적 상징들이 강력하다거나 눈으로 보듯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색채를 암시적 의미로 받아들인다.
밝음과 어둠 그 경계선(Grenze)에서의 양극적 대립 현상을 축으로 한 괴테의 색채 이론은 관찰자의 개입이 배제되는 광선들의 결합 여부와 관계된 뉴턴의 광학과는 사뭇 상이하다. 괴테는 특히 황색과 청색의 분리를 통해 서로 대립되는 상들을 끌어와 제3의 것으로 결합시키는 이른바 적색으로의 상승을 신중히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신비에 찬 직관을 경험한 그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 대립되는 이 두 요소에 의해 일종의 정신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이 두 요소가 아래로는 지상의 소산을 품은 녹색을, 위쪽으로는 적색의 생성을 발견하여 천상의 소산들과 연관 짓는다.
괴테의 색채론에 대해 열광적인 몽상가라는 별칭과 함께 수치화하지 못한 결함과 객관적 오류를 지적하면서도 후대의 사람들은 색채론에 호의적인 측면이 많다. 그 기저에는 뉴턴을 위시한 근대 자연과학의 주류와 대척점에 서서 그만의 고유한 색채 연구와 탐구에 바친 열정과 비유적, 상징적인 적용을 문학예술에 용해한 작가정신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인간의 느낌과 직관, 인공적인 것이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에 대한 인식을 사고 원리로 삼은 괴테의 색채 사유는 오늘날의 생태론적 사유까지도 함의한다. 이처럼 탈근대적 사유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 괴테의 색채론에는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총체성과 함께 시적 감성을 일깨우는 색채 미학이 관류한다. 그러기에 궁극으로 치달아가는 현대 기술 문명에 전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연의 언어에 대한 이해와 인간 본성의 회복을 요청했던 괴테의 색채론을 펼친 이유라 하겠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면 : 2025-10-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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