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25일 14시14분
[삶의 향기]열쇠는 뇌 안에 있다 ― 전두엽 vs 조가비핵
그렇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운동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예방약이다. 운동은 약물보다 효과적으로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조절하며, 뼈와 근육을 강화한다. 뇌 기능을 유지하고, 면역력까지 높인다.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왜 사람들은 운동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할까? 답은 바로 우리의 뇌 구조에 있다.
전두엽은 쉽게 지친다
우리 뇌의 전두엽은 사고, 판단, 행동 통제를 맡는 사령탑이다. 하지만 전두엽은 생각보다 쉽게 피로해진다. 운동을 ‘할까 말까’ 결정하는 순간마다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오늘은 꼭 운동해야지”라고 다짐하다가도 결국 “내일부터 하지 뭐”라는 변명으로 끝나버린다.
반면, 상위권 선수들은 다르다. 운동을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일상처럼 몸이 먼저 움직인다. 그 이유는 운동이라는 행동이 이미 자동화된 습관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 자동화를 만들어내는 뇌의 핵심 구조가 바로 조가비핵이다.
습관을 만드는 조가비핵
조가비핵은 선조체 안에 있는 작은 구조지만, 반복된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곳이 활성화되면 특정 행동은 더 이상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루틴’이 된다. 마치 아침에 양치질할 때 의식적으로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운동도 무의식적으로 실행된다.
심리학자 Lally 연구팀(2010)은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는 데 평균 66~9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즉, 약 3개월간 꾸준히 반복하면 조가비핵이 개입해 운동을 자동화한다. 초반에는 전두엽이 계속 결정을 내리느라 힘들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조가비핵이 운동을 ‘자동 모드’로 바꾸어 준다. 이때부터 운동은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 “안 하면 허전한 일”로 변한다.
루틴은 의지가 아니라 뇌 구조다
운동을 시작할 때마다 의지를 소모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대신 정해진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순서로 행동을 반복하면, 뇌는 점차 그 행동을 자동화한다. 아침에 무의식적으로 양치질을 하듯, 운동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3개월의 벽을 넘으면
물론 첫 3개월은 쉽지 않다. 체력과 의지도 필요하다. 날씨, 업무, 컨디션 같은 변수가 언제든 방해한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견뎌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조가비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반복한 만큼 반응하고, 꾸준히 한 만큼 자동화된다. “운동해야지”라는 결심은 사라지고,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찜찜해진다. 바로 이 단계가 진짜 습관의 시작이다.
버튼을 누르듯 시작하라
소중한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면 복잡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버튼을 누르듯,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도록 조가비핵을 깨우는 것이다. 처음엔 10분 걷기, 간단한 스트레칭, 아침마다 푸시업 몇 개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매일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작은 반복이 쌓이면 뇌는 결국 그 행동을 ‘기본값’으로 인식한다. 그 순간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 된다. 의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렇게 운동은 삶의 일부가 되고, 건강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운동은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행위가 아니다. 현대인의 건강 위기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아직 자동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답은 분명하다. 의지가 아니라 반복과 시간. 지금부터 단 3개월만 꾸준히 반복하라. 뇌의 조가비핵은 반드시 반응하고, 당신의 행동을 습관으로 바꿀 것이다.
“결심이 필요 없는 운동, 조가비핵이 작동할 때 진짜 습관이 시작된다.”
/유웅서(엑티브 코어 운동센터 센터장·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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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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