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24일 10시26분

양곡 소세양 선생의 '양곡집(陽谷集) 한글번역본 발간 초읽기

한국고전번역원, 올해 발간될 듯

익산출신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 1486~ 1562) 선생의 문집 '양곡집(陽谷集)'이 4집 14권으로 한글로 번역 올해 발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사계'에 '양곡집'의 글을 쓴 소현성 전주대 한문교육과 교수의 설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소교수는 '양곡집' 번역 발간을 앞두고 글을 의뢰, '고전 사계' 가을호에 '양곡집, 조선 전기의 관각 문인 양곡 소세양의 문집을 읽다'를 실을 예정이다.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에 발간이 점쳐진다.

이 책은 조선 전기 한문학과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한국고전번역원 정선용 번역자문위원은 2022년까지 '양곡집'을 번역했다. 앞서 번역자가 사망한 후 이를 이어 번역했다고 했다.

그는 양곡집 번역이 늦어진 것에 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첫째, 양곡집 내용에는 시문집 외에 성리학이나 경학, 예학과 같은 학문적 내용이 없어 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고문서를 번역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번역에 집중하면서 문집류 번역이 위축된 것도 한 요인이다.

그는 "문제는 번역 완료 후 번역서를 출간하는 일이다. 이외에 번역 완료 후 DB 구축, 완역 자료를 활용한 양곡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 활동, 양곡 글씨를 빗돌에 새겨 기념하는 일, 양곡을 기리는 사업 등과 같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고 했다.

'양곡집(陽谷集)'은 조선 중종(中宗) 때의 문신인 소세양(蘇世讓)의 시문집으로 14권 7책 목판본이다. 1571년(선조 4)에 아들 소수(蘇遂)가 저자의 유문(遺文)을 모아 편집, 황해도 곡산(谷山)에서 초간(初刊)했다.

소교수는 "양곡집은 두 차례에 간행됐다. 1571년 아들 소수가 곡산(谷山)군수로 재임하면서 박충원(朴忠元)의 서문을 받아 14책 7권으로 간행했지만 병화(兵火)를 겪으며 산일되면서 전하눈 책이 없다"면서 "1935년 소학규(蘇學奎) 등이 이전의 16권 8책과 속집(續集) 4권 2책을 편찬, 목활자로 펴냈다"고 했다.

본집 권1∼10에 시, 권11에 소장(疏狀) 3편, 신도비명 8편, 권12에 묘갈명 17편, 권13에 묘표 9편, 제문 2편, 서(序) 5편, 기(記) 9편, 권14에 발(跋) 6편, 잡저 3편, 보유 2편, 권15에 부록으로 신도비명, 비음후기(碑陰後記), 시장(諡狀), 청심당명(淸心堂銘), 청심당잠(淸心堂箴), 청심당서(淸心堂敍), 퇴휴당서(退休堂敍), 화설양사귀일봉국왕전하서(華薛兩使歸日奉國王殿下書), 권16에 연보 등이 수록됐다 .

속권1·2에 '황화집'에 실렸던 시와 부가 수록되어 있고, 권3·4에 '동사집'에 실렸던 시가 실려 있다.

도로·산천·누각 등이나 자연을 보고 감회가 일면 곧 시로 표현했다. 장편·단편 모두 법도를 갖추었고 관옥(冠玉)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얼음처럼 맑아서 성률(聲律)의 안에서 놀면서도 성률을 뛰어넘은 맛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소장은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사직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병영중창기(兵營重創記)'는 전라남도 강진의 병영을 중건한 내력을 적은 글이다.

잡저 가운데 '부경일기(赴京日記)'는 1533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 28일까지 중국 황태자의 출생을 하례하기 위해 진하사(進賀使)로 연경(燕京)에 다녀오면서 쓴 일기다. 보고들은 각 지방의 풍토와 고적 및 황태자 출생 하례식의 절차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는 뒤에 '양곡부경일기(陽谷赴京日記)' 혹은 '양곡조천록(陽谷朝天錄)'의 명칭으로 책으로 편찬됐다.

소교수는 "아름다운 산천과 익산에 자리잡은 누정을 보고 마음에 이는 감흥을 자연스럽게 노래한 작품은 시뿐만 아니라 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작으로 면앙정기(俛仰亭記)를 꼽을 수 있다"면서 "이 기문은 직접 가 본적이 없는 면앙정의 풍경을 오로지 송순의 이야기에 의지해 마치 직접 가서 보고 눈 앞에 그 주변 풍광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 선명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시적인 수사와 화려한 문장력이 돋보이는 기문으로 양곡 산문의 경지를 잘 보여준다.

소세양은 형조 호조를 거쳐 이조판서 우찬성까지 역임했던 사람이다. 송설체(松雪體)의 대가였고, 문장에서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양관대제학(梁冠大提學)에 올랐던 당대의 걸출한 유학자요, 명나라 사신과의 빈번한 접촉으로 시인으로서의 빛나는 명성을 국내는 물론 중국에까지 널리 떨친 익산시 금마면 신룡리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의 묘소는 익산시 왕궁면 용화리에 있으며, 금마면 기양리에 있는 화암서원(華巖書院)에 배향됐다. 시호는 문정(文靖)이며, 문집으로 '양곡집'이 전하고 있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9-25 10면

http://sjbnews.com/86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