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18일 14시10분
[금요수필] 망둥어 낚시
송일섭
우리 집 처마에는 항시 제비집이 있고, 그 옆에 몇 개의 낚싯대가 보관되어 있어서 언제라도 낚시하러 갈 수 있었다. 낚시에 새우만 끼우면 준비는 다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취미는 낚시였다. 낚시하러 갈 때는 혼자 가시지 않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나더러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버지와 함께 강변의 둑에 닿으면 눈 앞에 펼쳐진 갯바닥은 몸체를 드러내 놓은 채, 수많은 바닷게로 장관을 이루었다.
아버지는 갯바닥을 지나 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슴까지 물이 차오르는 깊은 곳까지 나를 데리고 갔다. 무서웠으나 심하게 파도가 치지 않아 낚시할 수 있었다. 저 멀리 4km쯤 떨어진 옥구 쪽에서 자기 키보다 큰 그물을 앞에 놓고 밀고 가는 사람이 가물가물 보였다. 그분들은 새우 잡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분들이 보이지 않으면 물이 들어올 때이니 빨리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바다 가운데는 돛단배가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디로 가는 배인지 어린 나로서는 참 궁금하였다. 낚싯바늘에 새우를 끼운 채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였다. 손끝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 순간 낚아채면 날카로운 바늘이 망둥어의 볼을 뚫었다. 발버둥 치는 망둥어를 가슴에 멘 대바구니 망태에 담고 두어 시간 낚시하면 거뜬히 몇십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낚시하다가 물이 들어오는 낌새가 보이면, 고기 잡을 욕심을 버리고, 빨리 빠져나와야 했다. 잡은 망둥어는 배를 갈라서 햇볕에 말렸다. 말린 망둥어는 오래 보관해도 상하지 않았다.
1950년대 후반 돛단배는 하나씩 하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부터 영영 나타나지 않고, 엔진을 단 배들만이 갈매기 때와 외로이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 낚시하던 꼬맹이가 노인이 되었다. 그 깊던 바다는 어디로 가고 이제는 속살을 드러낸 채 누워있다. 동서로 남북으로 자동차 도로가 위용을 뽐낸다. 그 많던 망둥어 떼들이 설 자리를 잃고, 갈매기마저 우짖는 소리가 멈춘 지 오래다. 넘실대던 파도가 엊그제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배를 타고 하루가 걸여야 갈 수 있던 선유도 해수욕장을 자동차로 이웃집처럼 다닌다. 그 옛날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꿈처럼 펼쳐 졌다. 우리는 이 거리를 새만금이라 한다. 이 꿈의 도시가 상상의 날개를 펴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처럼, 중동의 두바이에 버금가는 빌딩들이 우뚝우뚝 서는 국제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송일섭 수필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등
전주양지노인복지관 문예창작 강사 역임
현재 김제문인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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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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