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15일 07시50분
후백제 견훤왕이 금마 왕궁평 5층탑을 개탑했다
지난 12일 전북역사문화교육원 강의실에서 열린 '전남북지역 균형잡힌 후백제사의 이해' 2번째 강의를 맡은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의 '후백제 견훤의 역사인식과 미륵신앙‘ 주제로 논고 발표에서다.
송 전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견훤은 892년(진성여왕6)에 군도 5000명을 이끌고 무진주(현 광주)를 습격했지만 8년 동안 왕의 행세를 못하였고 결국 나라를 세우지 못했다. 그 배경에 대하여 통일신라시대에 전남지역에서 마한계 촌주세력들이 호족으로 성장했고, 이 호족세력들이 친신라적 성향을 갖고 있었기에, 견훤은 호족연합정권 출범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신라 하대 9산 선문 가운데 전남지역에 실상산문(운봉 실상사), 가지산문(장흥 보림사), 동리산문(곡성 태안사) 세 산문이 형성 위치하고 있음을 들었다. 9산 선문은 선종산문으로서 기존의 왕실 귀족 중심의 교종불교를 비판하고 지방호족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점에서 전남지역에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막강한 역량을 가진 지방 호족들이 곳곳에 세력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견훤은 끝내 전남지역 호족들을 포섭하지 못한채 국가창업은 진퇴양난에 빠졌고, 견훤은 장고의 고심 끝에 국가창업의 전략을 바꾸었고, 새로운 국가창업의 도읍지로 완산주(전주)에 선택하게 됐다.
송 전 교수는 견훤의 국가창업 전략 변화에서 국가운영의 대상을 호족에서 농민으로 전환했고, 영산강 유역 마한의 땅에서 떠나 만경강 유역의 백제의 땅으로 이주, 정착하겠다는 미래 전략 구상을 설계하고 자신이 스스로 서명한 뒤 광주 선언을 했다고 추론했다.
견훤이 서명한 국가전략 계획에는 전주, 무진주, 공주 등 지군사와 전주자사를 맡겠다(全武公等州軍事行全州刺史)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송 전 교수는 견훤의 국가창업전략에는 백제가 금마산에 개국한지 600년이 되었다(百濟開國金馬山六百餘年)는 금마산 백제개국론을 주창하였다고 밝히면서, 금마산 백제개국론에는 금마산에서 마한이 일어났다는 마한발상지 인식과 익산 금마 미륵사의 미륵사상을 국가적 통치이념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함축되어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금마산 마한-백제 발상지 인식은 삼한정통론을 논리적으로 정립한 견훤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으며, 금마 미륵사의 미륵사상은 견훤이 미륵하생신앙의 신봉주의자였음을 밝혀주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송 전 교수는 혜거국사탑비 비문에 등장하는 용덕2년(922)에 특별히 미륵사개탑의 은혜를 입었다(龍德二年夏 特被彌勒寺開塔之恩)는 사실에 대해 그동안 한국고대사학계에서 미륵사탑을 개수하였을 것이라는 주장과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미륵사 개탑은 왕궁평 5층석탑을 건립하고 성대한 기념식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왕궁평 5층 석탑은 발굴 결과 통일신라말 고려초에 조성한 것이라고 학계에 보고됐지만 송 전 교수는 후백제시대 석탑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22년 여름에 후백제의 국가적 중흥기를 맞이하여 제2개국을 선언하고 익산 금마 왕궁평에 왕궁리 5층 석탑과 고도리에 수구막이석불을 조성하고, 동시에 고창 선운사에서 선불장(選佛場:승과고시)을 개최하는 등 국가 중흥 기념 사업을 성대하게 거행했다는 것이다.
또, 송 전 교수는 금산사는 견훤대왕의 원찰로서 후백제시대에 중생구제를 위해 지장미륵계법을 실천하는 방등계단이 조성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견훤이 심검의 친위 구테타로 금산사에 유폐된 것이 아니라 견훤이 69세로 연로하여 장자인 신검에게 왕위를 양위하고 노후를 금산사에서 보내기 위하여 금산에 이운(移運)된 것을 김부식은 ’삼국사기‘에 신검이 유폐한 것으로 왜곡 기술하였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금산사 입구에는 후백제시대에 조성되었던 홍예문과 금산사 방등계단에 5층 석탑이 세워져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방등계단은 도솔천 내원궁이다. 견훤이 그 방등계단에 극락왕생을 서원하기 위해 불탑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강의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주최하고 전북역사문화교육원과 후백제시민대학이 주관한다.
세 번째 강의는 19일 오후 7시 ’광주 전남지역 견훤유적지와 견훤 전설‘을 주제로 박해현 초당대 교수가 맡는다. 11월 7일까지 매주 금요일 전주 완산구청 뒤 전북역사문화교육원에서강좌가 진행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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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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