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08일 14시12분
[온누리]귀농의 첫걸음
여름이면 어김없이 엄마는 새벽부터 나를 깨우며 고추밭에 가자고 재촉하셨다. 고춧두룩 사이로 자란 풀들이 싫어 밭에 가는 걸 꺼렸다. 뱀이 나올까 두려워 고추 수확 날이면 투덜거리게 되었다. 어떤 날은 언니와 동생까지 모두 동원되어 고추를 따러 갔지만, 나는 풀밭이 싫어 일부러 코를 후벼 코피를 흘리며 빠져나가려 했던 적도 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다짐했다. “시골에서는 절대 살지 않겠어.” 부모님의 삶이 평온함보다는 고단함으로 가득해 보였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나는 남편을 따라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귀농을 결심하기 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고단함이 싫어서 시골에서 살지 않으리라했는데 시골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농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귀농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동기를 명확히 하고 목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경제적 난관을 돌파하려면 그에 맞는 원동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개인 농업이 아닌 법인 형태의 조직을 통해 귀농을 시작했다.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어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농촌 생활은 도시와는 전혀 달랐다. 편리한 인프라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은 멀어졌지만, 온화한 기후와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새로운 삶의 가치를 느끼게 했다. 이웃들과의 교류는 도시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따뜻한 정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귀농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 행위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여정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목표와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귀농을 시작하며 깨달은 것은, 이 길이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과 성취는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보상이라 생각한다. 도전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귀농.
마음속 깊이 간직한 목표와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는 농업의 고령화의 대안으로 지속가능성의 농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정미(고흥 해맑음농업회사법인 이사)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5-09-09 6면
http://sjbnews.com/859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