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07일 12시05분
[사설] 진안 원평지 들소리의 가치를 살려야
원평지 들소리, 무형유산 가치 조명 학술대회 열려보존회를 중심으로 모두 8곡 오늘날까지 전해져와
진안군이 지역 고유의 농경문화를 담은 전통 민요 ‘원평지 들소리’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5일 진안문화의 집 마이홀에서 열린 ‘진안 원평지 들소리 가치규명 학술대회’는 국가유산청의 ‘2025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사업’에 따라 추진중인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마령면 원평지마을에서 전승돼 온 전통 농요 ‘들소리’의 무형유산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지정 신청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마을은 삼국시대인 531년경 백제의 마돌현(馬突縣) 때부터 형성된 역사 깊은 마을로, 현재의 넓은 농경지 대신 당시의 현청터가 있었던 곳에서 시작됐다. 마령면에서 가장 큰 마을이며, 지명 자체가 '넓은 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들소리는 논매기 작업 중 부르던 노동요로, 원평지 들소리 보존회를 중심으로 8곡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는 지역 농경문화와 주민 생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진안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월엔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원평지마을에서 들소리 및 농요를 시연회가 열렸다. 2024년도 국가유산청의 공모사업인 ‘2025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 및 육성사업’에 선정된 ‘진안 원평지 들소리 및 농요 가치 발굴 용역’의 일환으로 원평지 들소리 보존회가 시연을 맡았다. 원평지 마을에서 전승되어 온 들소리 및 농요 8종을 마을 풍물패의 기굿을 시작으로 모심는 소리인 ‘상사소리’를 비롯, 논매기 과정에서 불리는 ‘양산도’, ‘방개타령’, ‘산타령’, ‘매화타령’, ‘에위싸호’, ‘뚜름마헤’, 마을로 돌아오며 부르는 ‘섬마타령/사랑가’ 등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양산도’는 논농사 중 김매기 소리로 주로 아침나절에 부른다. 한 사람이 앞소리를 메기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구를 받아 부르는 선후창 방식이다. 군은 평균 경지 면적 비율에서 밭이 5.7%이고 논이 7.9%일 정도로 산간 지대에 속한다. 그러 마을이 속한 마령면은 경지 면적 비율에서 밭이 7.3%이고 논이 13.1%로 일대에서는 경지 면적이 가장 넓다는 특성이 있다.
마을은 면에서도 경지 면적이 세 배에 가까울 정도로 너른 농경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 지리 환경이 논농사 민요가 전승되는 주요 배경이다. 다만 현재는 앞소리를 메기는 사람들이 매우 고령인데다가 건강까지 좋지 못하고, 또 ‘양산도’를 부를 기회가 거의 없어 더 이상의 자연 전승은 힘든 상황이다.
원평지마을의 들소리 및 농요는 산과 평야지역의 접경지역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논일과 공동체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승되어 온 무형유산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 향후 무형유산 지정을 추진하기 바란다. 원평지 들소리는 진안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을 간직한 소중한 자산이다. 무형유산 지정은 물론 체계적인 연구와 보존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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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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