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31일 16시36분
[메아리]일자리 맵(Map)
산업사회의 생태계에 주목하여 현재와 미래 일자리를 창출해야
따라서 일자리 창출의 접근 방법은 단기적 경기 부양책이나 임시방편적 보조금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장기적인 산업 전략, 교육 체계의 개편, 제도적 지원의 3박자를 조율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례는 독일의 ‘산업 4.0’ 전략이다. 독일은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했고, 이에 따라 숙련 노동자와 디지털 전문인력 모두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창출했다.
특히 직업교육과 기업 현장 실습을 결합한 듀얼 시스템은 청년 실업률을 유럽 최저 수준으로 억제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산업 성장에 그치지 않고 인적 자본과의 유기적 연결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와 바이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여 스타트업이 대규모 고용을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구글, 애플,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직접적으로 창출한 고용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협력업체와 서비스 산업 전반에 걸쳐 파생된 일자리는 혁신 생태계의 파급 효과를 잘 드러낸다. 하지만 미국식 모델은 고용의 불안정성과 고임금과 저임금 격차의 확대라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는 단순히 창업을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사회 안전망 및 노동 이동성 제고 정책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사례가 눈에 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을 통해 고용 기반을 마련했으나, 최근에는 ICT와 바이오, 그린 에너지 분야로 확장하며 미래형 일자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노동시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혁 없이 신산업을 통한 고용 창출은 불완전한 성과에 그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일자리 창출을 국가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아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중장년층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직접 보조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특히 유효한 모델이다.
개발도상국의 경험도 시사점을 준다.
인도의 경우 IT 서비스 산업을 기반으로 한 ‘방갈로르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아웃소싱 고용을 흡수하며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하지만 농업 인구의 도시 이탈, 저임금 노동의 고착화라는 문제를 야기했다.
이는 산업 다변화와 사회 인프라의 균형 있는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반면 에티오피아는 의류 산업을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면서도 노동집약적 산업을 활용하여 단기간에 대규모 고용을 창출했다. 이는 초기 단계 경제에 있어 노동집약적 산업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를 종합해 보면 일자리 창출의 핵심 접근 방법으로 첫째, 산업구조의 전환 속에서 신산업을 육성하되 기존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안정적인 고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며
둘째,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즉 교육과 직업훈련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므로 평생학습과 재교육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여 노동자가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 실업 충격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을 보장한다.
넷째, 국가별 상황에 맞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선진국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신흥국은 노동집약적 산업과 점진적 기술 이전을 통한 고용 창출을 병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단순한 고용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동반하는 복합 과제다. 세계 각국의 경험은 ‘산업 전략, 교육혁신,
사회안전망’이라는 세 축이 조화를 이뤄야만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이 가능함을 입증한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는 단기적 수치 개선에 매몰되기보다 중장기적 구조 개혁을 통해 미래 세대까지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보호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국가의 성장을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결 조건이며 항상 필요한 먹거리 첨단산업을 포함한 산업사회의 생태계이기 때문이다./배문철(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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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9-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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