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31일 11시47분
[이 한편의 시]어둠은 어떻게 내리는가
구연배
엄마도 발걸음을 죽이며 다가오듯
바람보다 조용히
풀잎 초록을 밟고 오는 땅거미.
말은 안 해도
빛 속에 열려있던 눈동자들
얼마나 놀라고 떨렸겠나.
강물은 멀리 산사의 종소리처럼 흘러가고
가족을 불러들이는 새소리
오래까지 퍼져나가도록
숲도 숨죽여 울림을 돕는다.
점령했지만 다스리지 않고
안식과 평화를 주는 밤하늘.
산그늘에 잡히지 않으려고
거미줄 뒤에 숨어
어둠을 터는 왕거미 춤에
놀란 잠자리 직각으로 길을 꺾어
더 높이 날고
달맞이꽃은 향수를 뿌리고 꽃잎을 펼친다.
어둠 속 모두들 눈감아 주는 예의로
사랑은 깊어간다.
구연배 시인은
문헌정보학박사
1995년 전주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바다다' 외 8권
현) 진안문인협회 지부장
지면 : 2025-09-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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