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기수 - 2025년 08월 27일 10시48분
독자투고
치매 어르신, 사회의 따뜻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늦은 밤거리를 지나다 보면 길 위에서 방황하는 치매 어르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어디론가 가야 할듯하지만 방향을 잃은 걸음은 늘 제 마음을 붙잡습니다. 조심스레 이름을 물어도 답은 흐릿하고, 손에 쥔 낡은 쪽지 속 주소는 이미 사라진 집이기도 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치매 증상이 있어 기억이 자주 흐려지곤 합니다. 그래서 길 위에서 방황하는 치매 어르신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습니다. 곧 제 가족의 모습 같아 마음이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깨닫습니다. 어르신들을 지켜드리는 일은 단순히 범죄 예방이나 치안 유지의 문제가 아니라, 길을 잃은 분을 집으로 안전하게 모셔드리고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안전’이라는 사실을요.
치매 어르신은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가장 보호가 필요한 분들입니다. 시야는 흐릿해지고 기억은 희미해지며, 작은 사고에도 쉽게 다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조금 더 세심해야 하고, 우리 모두의 손길이 따뜻해야 합니다. 최근 경찰은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해 ‘스마트태그(위치 추적기)’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습적으로 가출하시거나 배회하시는 어르신이 있는 가정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와 같은 가족 분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합니다.
치매 어르신은 곧 우리의 부모님일 수 있고, 언젠가는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어르신이 더 이상 외롭고 위험한 길을 걷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따뜻한 울타리가 돼야 합니다.
/김정은 (정읍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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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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