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8월 25일 15시55분

[아침발걸음]고창 두어리 고인돌군의 입지와 천문학적 배치 특성

두어리 고인돌 가군은 해발 약 25m 내외의 구릉지에 분포하며, 황학산(黃鶴山)의 북쪽 사면에 자리한다. 황학산에서 발달한 능선은 북서쪽으로 뻗어 내려와 두어마을의 배후를 이루며, 곧 줄포만에 이르러 멈춘다. 황학산 북쪽의 두어리와 서쪽의 만돌 및 고전리 일대는 선사시대 대부분이 간석지로 농경이 불리한 환경이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실제 농경이 가능했던 곳은 황학산 아래의 골짜기와 구릉지, 그리고 고전리의 일부 구릉지대에 국한되었을 것이다. 다소 거리를 둔다면 황학산 동쪽의 주산리·월산리·연화리 등지에서 농경이 활발히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황학산 북서쪽의 저습지대는 주로 갯벌로 이루어져 농경이 어렵고, 일부는 간척을 통해 수전(水田) 농경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담암천이 황학산 너머에 위치하나, 이곳으로 용수를 직접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어리 고인돌 가군은 총 6기로, 황학산 아래 구릉에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배치되어 있다.

가-1호는 바둑판식 고인돌이고, 받침돌 2개가 확인된다. 장축 대각선은 220–40°로 남두육성과 관련된 별자리 관측 패턴을 보여주며, 단축은 동지 일출과 하지 일몰 방향과 일치한다.

가-2호는 바둑판식 고인돌이고, 부정형 마름모형으로, 받침돌 2개가 확인된다. 장축 대각선은 220–40°로 남두육성의 방향과 대응한다. 남두육성은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별자리로, 망종 전후 떠오르는 시기에 기우제나 천제를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가-3호는 바둑판식 고인돌이며, 부정형 장방형으로, 받침돌 1개가 확인된다. 장축 대각선은 100–280°로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과 대응한다. 이는 선사인이 절기마다 제의를 거행했음을 시사한다.

가-4호는 개석식 고인돌이고, 부정형 장타원형이며, 받침돌은 확인되지 않는다. 중심축은 남북 방향으로 북극성과 관련된 배치로 해석된다.

가-5호는 바둑판식 고인돌이며, 부정형 장방형으로, 받침돌 1개가 확인된다. 장축 대각선은 60–240°로 하지 일출과 동지 일몰 방향을 가리킨다.

가-6호는 바둑판식 고인돌이고, 부정형 장방형이며, 받침돌 1개가 확인된다. 중심축은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과 대응하며, 장축 대각선은 하지 일출과 동지 일몰 방향에 배치되어 있다. 가군은 전반적으로 천문 현상과 절기 의식을 고려하여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1호, 가-2호, 가-3호, 가-5호가 40–220°의 동일한 장축 대각선을 공유하며, 이는 남두육성과 관련된 의례적 기능을 암시한다.

나군은 가군에서 남쪽으로 약 120m 떨어진 논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단독 1기로 확인된다. 고인돌의 크기는 장축 190cm, 단축 165cm, 두께 130cm이고, 부정형 마름모형의 바둑판식 고인돌이다. 받침돌은 3개가 확인된다. 장축 대각선은 춘분·추분의 일출·일몰 방향, 단축은 남북 방향을 따른다. 나군은 가군과 약 140m 떨어져 있으며, 60–240° 방향으로 하지 일출과 동지 일몰의 천문학적 패턴이다.

가군은 하지 일출 방향에 배치된 구릉지 고인돌군으로, 남두육성을 상징하는 6기의 구성으로 해석된다. 남두육성은 전통적으로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별자리로, 가군은 이를 매개로 한 기우제 혹은 천제의 공간으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나군은 가군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하지 일출 방향을 가리키며, 가군과의 상호 배치가 의례적 의미를 강화한다. 이는 고인돌이 단순한 매장시설을 넘어, 천체 관측과 절기제, 집단적 신앙의 장으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두어리 고인돌군은 지리적 조건과 천문학적 지식을 결합하여 조성된 복합적 유적이다. 구릉지대에 위치한 가군과 농경지 주변의 나군은 서로 대응 관계를 이루며, 하지·동지·춘분·추분 등 주요 절기와 남두육성·북극성 등의 천체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배치는 선사인들이 자연환경을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동시에, 하늘의 별자리와 태양의 운행을 관찰하여 제의적 공간을 조성했음을 잘 보여준다. 결국 두어리 고인돌군은 단순한 선사시대 묘가 아니라, 우주론적 세계관과 농경의례가 결합된 거석 신앙의 공간으로 추정할 수 있다./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