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8월 21일 15시59분
[온누리]케이팝 데몬헌터스(케데헌) 열풍의 의미
주인공들이 한옥마을 지붕 위를 뛰어다니고, 성곽길에서 악령과 싸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저기가 거기야!" 하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딸아이는 '아빠랑 무슨 상관?' 하는 표정이었지만, 나에겐 할리우드 자본이 한국을 멋지게 재현한 것이 신선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게다가 김밥, 떡볶이, 국밥은 물론이고 우리네 일상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케데헌이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넷플릭스 역대 흥행 순위까지 넘보고 있다니, K-콘텐츠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높아졌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지고 가슴 벅차오른다. BTS가 미국 주류 음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면, 케데헌은 거대한 미국 자본을 움직이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성공의 과실을 누가 가져갔는지를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케데헌의 기획, 제작을 맡은 건 소니 픽처스지만, 막대한 수익은 투자와 배급을 맡은 넷플릭스가 독차지한다. 우리 K팝 업계는 거대 자본과 싸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생태계에 편입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케데헌은 우리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았다는 사례지만, 동시에 우리가 여전히 ‘소재 제공국’에 머물러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국내 음악 단체들이 K팝에도 영상·웹툰처럼 제작비 세제 혜택과 펀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피, 땀, 눈물’로 만든 IP(지적재산)를 지키기 위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케데헌을 보면 한국계 제작진의 문화적 경험과 노력이 빛을 발했다. 그들은 우리 문화에서 K팝과의 공통점을 찾아내고, 팬덤 문화를 정확히 포착해 작품에 녹여냈다. 이것은 결국 우리 문화의 뿌리와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성공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우리는 규모 있는 투자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인재를 꾸준히 키워내야 한다. 또한, 음악, 게임, 웹툰 등 경쟁력을 갖춘 분야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케데헌이 우리의 소재와 이야기로 해외 자본이 만든 결과물이라고 해도, 그 성과는 분명 우리가 이뤄낸 것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자본과 시스템, 기술을 갖춰 K-컬처의 진정한 주체로 도약해야 할 때이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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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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