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8월 21일 15시36분
"한전 독점 깨트려 전기도 골라 써야"
전북발 수도권행 송전탑 파문 등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에한전 대신 지자체가 송배전망 구축 등 전력시장 재편론 제기
/정성학 기자
/사진= 전북자치도의회 제공
■ 에너지의 날 기념 정책 토론회
전북이 수도권 개발용 전력 공급처로 전락하게 생겼다는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에 지역사회가 시끌시끌 한 가운데 한국전력의 전력시장 독점 체제를 깨뜨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구나 전력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전 대신 지자체가 송배전망을 구축하고, 전력상품 또한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얘기다.
전북자치도의회 초고압송전선로대책특별위원회,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원회,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1일 도의회에서 ‘에너지의 날(8.22)’ 기념 정책 토론회를 열어 독일과 스웨덴 사례 등을 중심으로 최근 논란인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문제점과 대안을 집중 점검했다.
염광희 독일 아고라에너르기벤데 선임연구위원은 첫번째 주제인 ‘독일 에너지 전환과 송전망 정책의 교훈과 시사점’에서 유럽연합이 1996년부터 추진해온 전력시장 자유화 과정을 소개한 채 국내 또한 주민 참여와 분산형 전력체계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1990년대 9개사가 독점하던 송전망이 현재 4개사로 합병 됐고, 배전망 운영은 2023년 기준 866개사가 운영 중이며, 전력 판매시장은 1,354개 이상의 회사가 1만2,000개가 넘는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독일은 지자체가 자치행정권을 활용해 배전망과 전력 판매 서비스 공급자를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데다, 일명 ‘쇠나우의 전력 반란’을 일으킨 쇠나우 마을은 시민 모금으로 배전망을 구입해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해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 또한 참고 필요성을 설파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도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망 분리와 배전 독립’을 주제로 한 두번째 발제를 통해 독립적인 송배전망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호남권의 높은 태양광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요나 송전선 부족으로 인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에 산업체를 유치하고 신규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 하려면 전략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스웨덴의 경우 전력시장을 시간별, 지역별로 분리하고 유연한 요금제를 도입함으로써 전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면서 신규 산업용 전력 수요도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우리 또한 한전의 수직 독점체제와 망을 분리하고, 발전 자회사들(원전, 석탄, 가스발전)을 보호하는 한전을 대신해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독립적인 송전 및 배전사를 도입해 망 중립성을 확보한다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불공정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최자인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에너지 전환 정책이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추진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서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명하고 정의로운 해결책이 신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염영선 도의회 초고압송전선로특위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송전망 구축계획 또한 그에 맞게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추진은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도의회는 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한전은 전북과 전남지역 전력을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며 수백기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비롯해 설계수명(40년)을 다한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 연장 등을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 가운데 문제의 송전선로 경유지에 사는 전북과 충남 주민 1,700여 명은 법정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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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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