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청소년 기자단 - 2025년 08월 20일 14시27분
[달그락달그락]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민주주의
민주화기념관에서 마주한 희생과 노력,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
민주주의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민주주의란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장기집권, 독재정권, 군사정권에 맞서 시민들이 흘린 피와 땀의 역사다. 학생과 노동자, 농민, 언론인 등 각계각층이 거리로 나서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4•19혁명, 부마민주 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수많은 현장이 그 발자취를 증언하고 있다.
군부정권 시절 수많은 학생과 무고한 시민들이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던 국가 폭력의 상징 인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이 지난 6월 10일 개관했다. 이곳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이 건물은 1980년 대공분실로 시작하여 이후 1991년 경찰청 보안분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되었으며 논의 끝에 민주화운동기념관을 조성하게 되었다. 기념관은 MI 전시관과 M2 전시관으로 구분되며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 이라는 주제로 기존 건축물과 부지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해 주요 전시시설이 지하에 위치해 있다.
Ml 전시관은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 조성된 공간으로 상설전시 및 특별 전시로 운영 되 고 있었다. 먼저 지하 2층은 ‘민주의 기억’으로,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담긴 장소, 사물, 노래 등을 관람하고 들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이곳에서 터치스크린 화면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노래들이 기억에 남는다. 현재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은 왠지 모를 감동을 주었다.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다함께 노래를 부르며 민주화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지하 1층에서는 먼저, ‘한국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민주화를 위해 나선 국민들의 저항과 사 회 각 주체가 참여한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다루고 있었다. 시간 순으로 정리한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사회의 주체들(학생, 노동, 농민, 언론, 여성 등)의 민주화운동을 각각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운동은 단순 사건의 나열이 아닌, 각각의 주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의 힘 을 모아 연대하고 노력한 상징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이곳 지하 1층 상설전시실에서는 6월 13일부터 12월 28일까지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으며 이를 직접 관람하였다.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주체를 주제로 공연예술단체 '온앤오프'의 역동적인 춤과 움직임, 몰입을 위한 조명과 대형 LED 스크린에 흐르는 역사적 내용이 결합되었고, 도슨트가 말과 몸짓으로 관람객과 소통하였다. 대사와 설명을 통해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었고 단순한 설명형 도슨트를 넘어선 마음의 울림과 먹먹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지하 1층에서는 또한 민주의 ‘어제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세계의 민주주의 역사를 정리한 연대표가 크게 전시되어 있었고 20세기를 살아온 역사적 인물의 발언들이 스크린을 통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은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은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관람객에게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이끌고 있었다. 이곳에서 본 역사적 인물들의 발언 중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형태를 넘어 공동생활의 한 양식이며 서 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경험의 한 형태이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민주주의를 떠올리면 단순 히 정치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자유롭고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배경이 민주주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M2 기념관은 박종철 열사 등이 고문을 받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리모델링하여 전시관으로 바꾼 공간이다. 간첩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그러나 경찰들이 잡는 간첩들 중 진짜 간첩은 몇 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경찰들은 시민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간첩의 명분으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서 고문을 하였다. 군부 맘대로 가짜 간첩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생긴 공간이었으므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하고 울적한 분위기였다.
전시관 1층에는 한 개의 전화기가 가만히 놓아져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전화기가 있는 이유는 경찰들이 전화를 걸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그 장소에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있던 것이었다. 이러한 잔인하고 비열한 방식에 화가 났다. 2층에는 다양한 고문치사 사건들이 기록돼있는 공간과 이 사건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전시관 곳곳에 나열 되어있었다. 처음에 그걸 봤을 때는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내가 모르는 사건들이 절반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아무리 역사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도 모르는 사건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3층에는 과거의 VIP실(고위 경찰간부들이 있던 곳)을 그대로 전시를 해놓았는데, 한쪽에는 CCTV 화면을 볼 수 있는 큰 TV가 있고 고문하는 방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있어 고문하는 현장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경찰들이 고문 장면을 보는 곳이 생생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 쪽으로 들어가 보면 다른 층들과는 다르게 밝은 공간이 있다. 거기에 있는 경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사람들만 있는 곳으로 ‘반장실’이라는 공간이었다. 창문은 다른 곳과 다르게 엄청 컸고, 지하철과 시민들이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도 다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이러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은 시민을 기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층에 가면 고문을 당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사용한 기록물과 운동 이후 출판한 책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고문을 받다가 돌아가신 유가족 분들의 편지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날짜를 기준으로 민주화 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려주는 전시관도 있었다. 이 공간이 가장 슬펐다. 여러 열사님들이 사용하신 물건과 기록을 보며 얼마나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셨는지 볼 수 있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5층은 고문을 받는 조사실이었다. 한 층에 약 10개가 넘어 보이는 방들이 있었다. 방 각각에는 변기와 세면대, 상업용 항온항습기만 있었다. 천장을 보면 카메라와 마이크를 달 수 있도록 위를 뚫어놓았다. 이를 통해 경찰들은 사람들이 고문당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층에는 박종철 열사님이 실제로 고문당하셨던 방도 있었다. 유일하게 침대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옆에서는 고문을 하고 그 침대에서 한명씩 돌아가며 누워서 자거나 누워있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다시 소름끼치고 충격 받았다. 옆에서는 고통스럽게 고문을 받는 동안 자거나 누워서 구경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충격적이었고,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민주화기념관 관람을 통해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을 느끼고, 민주주의의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세계의 민주주의, 민주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되었다, 현재 미얀마는 2021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인해 4년 동안 계속해서 내전 중이다. 미얀마 국민들은 반군부 시위를 벌이며 저항했지만 군부는 폭력적인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마치 과거의 우리나라가 겹쳐 보이기까지 한다. 현재 미얀마의 투쟁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참여와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개인,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작은 방식으로도 참여하고 기여하는 민주시민, 세계시민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예인, 유가온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 정예인: 특별 도슨트 공연을 관람하며 민주주의를 '피를 먹고 살아가는 나무' 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일구어낸 것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라 는 사실을 깊게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 또한 M2 전시관의 고문실과 조사실의 참혹한 광경을 마주했을 때 단순히 영화와 책에서 보던 현장을 실제로 보았다 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슬프게 다가왔다. 결론적으로 이번 관람과 취재를 통해 수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낸 민주주의를 다시 파괴하고 탄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유가온: 이번 상상캠프로 민주화운동기념관에 처음 와보게 되었는데 너무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좋았다. 물론 M2공간도 너무 좋고 기억에 남았지만, 나에게는 M1공간에서 본 특별 도슨트 공연이 나에게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서 민주주의 소중함과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깨달았고 또한 민주주의 말고도 다른 많은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라가 현대화가 되려면 많은 이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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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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