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복정권 - 2025년 08월 17일 12시49분
[기고] “권리당원, 민주주의의 방패인가 사유화의 도구인가”
오상영 전 원광보건대 겸임교수
선거를 앞둔 권리당원 모집은 종종 ‘세 결집’의 수단으로 악용된다. 겉으로는 당원 확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특정 계파나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사전에 조성하는 정치적 장치로 변질되기 쉽다. 장기적인 시민 기반 확충보다는 단기 선거 전략에 치중하는 순간, 권리당원 제도는 공정 경쟁의 토대가 아니라 폐쇄적 정치 동원의 통로가 되고 만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다양성보다 줄 세우기 문화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권리당원 자격 유지 요건이 ‘6회 이상 당비 납부’와 같은 형식적 기준에만 치우칠 경우, 정치적 신념보다 금전적·조직적 충성심이 우선시된다. 지역위원회와 후보 진영이 조직표 확보에 몰두하면 다양한 목소리와 정책 논쟁은 설 자리를 잃는다. 당원 자격이 곧 ‘공천권 행사권’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권리당원은 민주주의의 촉진자가 아니라 정치 사유화의 매개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기초·광역의원 경선을 100% 권리당원 투표로만 결정하는 방식은 이러한 폐해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는 정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대변할 인물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권리당원 100% 방식이 지속되면 특정 계파나 지역 조직이 선거를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될 위험이 높다. 전북처럼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역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경선이 사실상 본선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력이 강한 일부 세력이 당원 모집을 독점하면 공정성과 개방성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유권자의 실질적인 선택권도 제약된다. 결국 무투표 당선, 후보 다양성 축소,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 훼손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이 제도의 본래 취지는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정치’다. 이를 살리려면 모집 과정과 당원 명부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당 내외 감시와 검증이 가능한 상시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권리당원이 단순히 인물을 지지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정책과 이념 중심의 교육과 토론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당비 납부 등 금전적 의무뿐 아니라 정책 제안, 공청회 참여와 같은 질적 활동을 권리 유지의 필수 요건으로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절충안을 도입해, 당원 의견과 민심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수(數)’로 완성되지 않는다. 질적 참여 없는 권리당원 확대와 폐쇄적 경선 구조는 오히려 당내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든다. 정당이 진정으로 대중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권리당원 제도를 ‘사람 모으기 이벤트’가 아닌 민주주의 인재양성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 이제는 당 스스로 권리당원의 본질적 가치를 복원하고, 경선 방식을 시대 변화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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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8-1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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