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백용규 - 2025년 07월 09일 11시40분
김제 개미마을, 50년 만에 삶의 터전 되찾아
강제이주 피해 주민 17명, 주택·농지 소유권 확보… “이제는 내 이름으로 삽니다”김제시, 권익위 조정 따라 공유지 매각 마무리
국가의 행정적 필요로 정든 마을을 없애고, 사람들을 공동묘지 아래 야산 자락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움막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에서, 반세기 만에 주민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과 땅을 되찾았다.
김제시는 최근 개미마을 주민 17명에게 공유지였던 주택부지와 농지를 매각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결정에 따른 것으로, 주민들은 감정평가 기준에서 일부 감액된 금액으로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게 됐다.
당시 이들은 보상도 없이 화전정리사업 대상지에서 강제이주를 당했다. 법적 권리 없이 국유지를 일구며 살아온 세월은 불안하고 외로운 시간이었고, 어느덧 대부분이 70~80대 고령자가 됐다. 당시 1세대 부모 가운데 생존자는 단 두 명뿐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접수했고, 권익위는 “주민들이 대지와 농지로 개량해 사용해온 점을 감안해, 감정가에서 30% 감액한 가격에 매각하라”고 김제시에 조정했다.김제시는 2월 정성주 시장과 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면 조정을 체결했고, 이어 3월 주민 설명회, 4월 시의회 의견 수렴을 거쳐 5월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했다.
“살면서 내 이름으로 된 땅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주민 대표 김창수(77) 씨는 손에 쥔 등기부등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50년을 버텨왔습니다. 그 세월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김제시는 매각 추진과 함께 마을 진입로 확장, 농로 포장 같은 생활환경 개선 사업도 함께 진행해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오랫동안 바래온 경로당 건립과 화전민 기념관 설치는 여전히 미완이다. 시는 이원택 국회의원, 산림청, 전북특별자치도 등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성주 김제시장은 “오랜 세월 억울함을 안고 살아온 주민들께 위로를 전한다”며 “남은 민원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유재산 매각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오랫동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삶의 자리’를 되돌려준 회복이다./김제=백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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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7-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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