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02일 12시59분
정상희, 갤러리 카페 오브제에서 개인전
전시장 한켠, 조용히 웃고 있는 테라코타 인물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익숙하면서도 다정한 표정의 인형은 마치 어린 시절의 나를 부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 옆으로는 풍성한 색채로 피어난 꽃들의 회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기억의 정원”. 작가 정상희가 조각과 회화를 통해 풀어낸 감성적 시선이 공간 가득 피어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테라코타 조각, 풍성한 채색의 회화,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의 오브제들이 어우러져 '정원'이라는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관람객은 그 안을 거닐며 누구나의 가슴속에 있을 법한 기억의 파편을 마주하게 된다.
정상희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손끝에서 시작된 테라코타 인물들은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따뜻한 미소와 편안한 자세로 관람자에게 말을 건다. 그들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닮아 있으며, 그 안에는 작가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감정 그리고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들은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한 인형, 정갈하게 핀 꽃들, 그리고 토기 위에 앉은 인물상 등을 통해 ‘기억’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을 전한다. 회화 작품 속 겹겹이 피어난 꽃잎은 마치 누군가의 시간을 덧입은 듯 풍성하고 따뜻하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꽃 그림은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닌, 작가의 내면과 감정을 응축한 서정시처럼 다가온다.
정원이라는 공간은 작가의 손끝에서 단지 식물과 인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동물, 오브제, 질감 있는 표면들까지도 모두 ‘기억’과 ‘감정’의 은유로써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공통된 키워드 하나가 숨 쉬고 있다. 바로 '온기'다.
작가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바로 “숨 쉬는 모든 순간의 온기”. 그리고 이 온기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해진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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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7-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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