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11일 14시56분
[생의 한가운데]‘힘들고 어려운 날이 또 오더라도, 러브하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하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잘못 찍어 무효표가 될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탄핵 이후 6개월간의 마음고생과 불편함이 억울했다.
오늘 칼럼이 선거 이후에 나가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엄동설한에 집회에 나갈 일도 없을 것이고, 후보자들과 당정 간의 각 세우는 난타전도 당분간은 잦아들 테니. 선거 전이었다면 복잡한 속내를 감추고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며 설왕설래했을 것이다.
내친김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일요일마다 즐기던 루틴을 실행해 본다.
9시 예배를 마치고 시내버스를 타 전동성당 앞에서 내린다. 한옥마을을 천변 쪽에서, 또는 무형유산원 쪽에서 걷다 보면 골목골목이 늘 새롭다. 어떤 이는 “전주 사람이 한옥마을이 뭐 새롭다고 그러냐”고 하지만, 여행자들은 멀리서 숙박까지 하며 오는 명소를 우리는 버스 한두 번만 타면 갈 수 있으니, 이 또한 축복이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필자가 전주시장도, 시의원도 아님에도 관광객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분리수거 통은 제대로 있는지 살핀다. 가끔은 인근 상가에서 폐기물 투기가 없는지도 본다. 인근 길거리 간식과 음식이 식품위생법에 문제가 없는지도, 아이 쇼핑하듯 둘러본다.
문득, 임대 가게 앞에서는 한숨이 나온다. 지난달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자영업 소멸 보고서(한겨레21)를 보면, 충청편은 공실률이 31.1%였고, 보험을 깨고 노후가 막막하다는 인터뷰도 있었다. 강원편은 경기 추락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골목 상권의 죽음’이라 했고,
영남편은 배달앱에 피멍이 들었다며 자영업자가 새벽에 배달 알바까지 한다고 했다. 호남편 역시 코로나로 인한 빚과 함께 폐업조차 못 한다고 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식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9%로, 5년 전인 2019년(15.0%)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새로운 정부는 경제 T/F팀을 구성해 발 빠르게 정책을 만들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부자와 대기업 중심의 ‘빅테크’ 정책도 중요하지만, 텅 빈 가게를 바라보는 지역 자영업자들이 “정치는 민생을 외면한다”고 느끼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걷다 보니 남부시장까지 왔다. 이왕 온 김에 점심으로 순대국밥이 생각났다. 그런데 시장 2층으로 연결된 청년몰에 긴 줄이 서 있었다.
호기심에 나도 줄을 섰는데, 대부분이 청년들과 어린아이를 데려온 부부들이었다.
안내 현수막을 보니 ‘2025 전주책쾌’ 행사장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 ‘책쾌’의 뜻을 찾아보니, 현대판 책장사를 뜻한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책을 살 때 앤돌핀이 도는 사람이기에, 정말 잘 왔다 싶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전국에서 모인 독립출판사들의 책이 오밀조밀 예쁘게 전시·판매되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로,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으니 책이 많이 팔리기를 응원하며 필자 역시 한 권을 구매했다.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는 외국인 부스에는 “저 한국말 잘해요”, 어떤 청년 부스에는 “한 권도 못 팔았어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 중간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정년하면 서점을 하고 싶다는 꿈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내 이야기를 담은 네 번째 책을 준비 중이기에, 필자에게는 참 귀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입구 한쪽에는 평소 아끼는 후배가 작년에 전주시 독립출판사와 함께 만든 책이 전시되어 있었다. 함께 카페에 앉아 편집본을 살펴보며 작업하던 때가 새로웠다.
독립출판사도, 청년도, 자영업자도 모두 우리 국민이다.
불공정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물론, 공급자의 맞은편에 있는 소비자 역시 보호의 대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주책쾌에서 받아온 종이의 마지막 줄을 다시 읽어본다.
힘들고 어려운 날이 또 오더라도, 여러분 곁에 최선을 다하는 전주책쾌가 되겠소.
러브하오!’
여름의 사랑과 우정을 담아, 저 역시 이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김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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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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