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백용규 - 2025년 06월 08일 12시55분
<기자의 눈> 링 위의 아이들, 누가 전북 선수를 지켜줄 것인가
보호받아야 할 어린 선수들이 무자격 지도자와 방관하는 어른들 속에서 인권을 짓밟히고 있다.
무면허 운전에 반복된 언어폭력, 법 위반까지 드러난 한 간부는 면허 취소 이후에도 선수를 태우고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했고, 그 위험천만한 장면은 영상으로 남았다.
“욕설이 너무 심해 말을 꺼낼 수 없었다”는 증언도 있다. 부상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시키고, 탈락한 선수에게 귀가를 강요하는 행태는 교육이 아닌 방치다. 그러나 더 끔찍한 건 이 모든 걸 알고도 침묵한 협회의 방조다. 현장에서 함께했던 협회 지도부는 아무 제재도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전북 각 지역 복싱협회 감독들 사이에서도 내부 쇄신을 위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이 키우는 선수들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조심스럽게 법적 절차를 모색하며, 이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 고립된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절망의 신호다.
본지 기자는 김제지역 주재기자이지만, 이번 사안에서 피해를 입은 김제 중학생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신상을 철저히 가린 채 조심스럽게 취재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 보도는 물론, 제보 대상자의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언론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 체육 전반의 신뢰를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국가 체전에서, 청소년 선수의 안전과 인권이 이토록 무너졌다는 건 구조적 문제다. 책임자들은 물러나야 하며, 전북체육회와 전북교육청은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지금 당장 내놓아야 한다.
진짜 퇴출되어야 할 사람은 링 위에서 진 선수가 아니라, 링 밖에서 침묵과 방조로 일관한 어른들이다. 이제라도 물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누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백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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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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