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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03일 15시08분

[온누리]팀플



팀플은 정확히 말하면 팀플레이(team play)의 줄임말이다. 요즘 대학에서는 대부분 학생들에게 팀 단위로 과제를 준다. 이를 조별 과제 또는 조별 발표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팀플이다. 팀 구성원끼리 문제 해결 과정에서 협력 또는 소통 능력을 기르고, 구성원 간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된다고 하여 어느 때부터인가 팀플은 중요한 교육방식이 되었다.

이러한 팀플은 비단 요즘에만 인기있는 과제 해결 방식이 아니었다. 옛 그림 중에는 환상적인 팀플을 보여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조선 후기의 이다. 이 그림에는 연배가 서로 다른 여덟명의 사람들이 소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거나 거문고를 타는 한가로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특히 이 그림에는 그림을 설명해주는 글이 함께 실려 있는데, 이 글을 통해서 이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이 누구인지 뿐 아니라 이 작품을 언제 누가 그렸는지도 알 수 있다. 그림을 그린 날은 계미년 4월 10일, 즉 1763년이다.

글을 통해 그림 속에 담긴 인물이 누구인지 살펴보자, “책상에 기대어 거문고를 타는 사람은 표암 강세황이다. 그 곁에 앉은 아이는 김덕형이다. 담뱃대를 물고 곁에 앉은 사람은 현재 심사정이다. 치건을 쓰고 바둑을 두는 사람은 호생관 최북이다. 호생관과 마주하여 바둑을 두는 사람은 추계이다. 구석에 앉아 바둑 두는 것을 보는 사람은 연객 허필이다. 안석에 기대어 비스듬히 앉은 사람은 균와이다. 균와와 마주하여 퉁소를 부는 사람은 홍도이다.”라고 하였다. 홍도는 우리가 잘 아는 단원 김홍도이고, 표암 강세황은 김홍도의 스승일 뿐 아니라 단원을 도화서에 추천하여 화원이 될 수 있게 한 인물이다. 심사정, 최북, 허필 또한 당대의 대표적인 문인들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봄날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글에서 더 눈에 띄는 내용은 화가에 대한 소개이다. “인물을 그린 사람은 홍도이고 소나무와 돌을 그린 사람은 현재 심사정이다. 표암은 그림의 위치를 배열하고 호생관 최북은 색을 입혔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이 그림은 김홍도와 심사정, 강세황, 최북이 각각의 분야를 맡아서 완성한 것이다. 글의 제일 마지막에 “연객이 적다”라고 하였으니, 이 작품은 다섯명의 작가들이 인물과 풍경, 구도, 색, 글씨 등 각자의 장기분야를 맡아 완성한 협업의 진수이다. 균와아집도에서 우리는 그 옛날 조선의 작가들도 팀플한 것을 알 수 있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6개월 간의 지난한 여정을 거쳐 드디어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조선의 문인들이 협업으로 근사한 작품을 완성하였듯 새로 문을 연 정부에서도 그 여느때보다 훌륭한 팀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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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6-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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