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국채
국채(國債)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세수로 감당할 수 없는 사업을 위해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서 돈을 빌리는 것이니 국가의 빚이다. 국채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관리한다. 기준금리를 바탕으로 직간접적으로 이자율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발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의 신용등급에 따라 발행 한도가 정해진다.
국가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국채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흔히 국채 수익을 무위험 이자라고 부르는데 그만큼 믿음이 있어서이다. 국채비율이 높으면 그 나라의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한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프카니스탄은 GDP 대비 채무비율이 10% 미만이지만 세계 최빈국에 하나다.
이에 반해 미국의 비율은 98%이고, 일본은 그보다 훨씬 많은 250%이지만 경제대국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인구가 많은 나라는 빚을 잘 견딘다. 여기에 국가 신용등급이 높고, 기축 통화를 쓰는 경우 국채비율이 높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빚도 재산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제까지 유효한 것일까? 청나라는 방만한 재정 운영과 서태후의 사치로 엄청난 채권을 발행했다. 그런데 1912년에 청나라가 망한다. 그 채권을 누가 갚아야 하느냐가 논란이 됐다. 이후 들어선 중화민국도 갚을 능력이 없어 1938년 국가 채무 불이행인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리고 오늘날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 역시 기존의 모든 채권을 무시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중국의 채권이 되살아난 계기가 있다. 홍콩 반환 협상시 영국이 갖고 있던 부채 일부를 상환한 것이다. 그러자 모든 채권자가 들고일어났다. 100년 전 채권이 다시 살아났다.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중국(청나라) 채권이 1조 달러라고 한다. 트럼프가 중국 압박용으로 만지작거리는 카드 중에 하나다.
한국 국채의 역사는 1949년 건국국채 발행으로 시작된다. 건국 초기 열악한 사회기반 시설 확충과 6·25 전쟁으로 인한 재정 부족으로 발행됐다. 규모는 1963년까지 총 100억 원이다. 그후 IMF를 거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했다. 현재 한국의 부채비율은 45% 내외로 건강한 편이다.
우리와 달리 전세계는 지금 국채로 골치가 아프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 감세 법안으로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채권의 금리가 오르는 것은 미국의 재정 상황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의 부채는 36조 5,600억달러로 우리 돈 5경이 넘는다. 한해 이자로 들어가는 돈이 1,390조다.
세계에서 가장 국가 부채비율이 높은 일본 역시 계속 비율이 오르고 있다. 부도가 났던 2009년 그리스의 125%보다 두 배나 높으니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국과 독일의 국채 금리도 오른다고 한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과 정치인의 선심성 돈 풀기가 원인이라고 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돈을 풀어 국가 빚을 늘리는 공약은 없는지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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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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