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25일 13시08분
석전 박한영 스님 미공개 한시집 ‘석전속시초’ 최초 공개
동국대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는 석전 박한영 스님 미공개 한시집 '석전속시초' 발굴
동국대 석전박한영스님전서편찬사업단은 최근 들어 간담회를 열고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운허기념사업회 협조로 봉선사 다경실에서 '석전속시초'를 확인하고 향후 번역 과정을 거쳐 전서에 포함키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지난해 조계총림 송광사 소장 '각종강요' 등을 발굴, 전서 편찬의 토대를 구축한 사업단은 번역을 진행하면서 추가 자료를 조사 및 수집하는 과정에서 이번 한시집을 발굴했다.
그동안 1940년 석전스님의 칠순을 기념, 최남선이 엮은 '석전시초'가 스님이 남긴 유일한 시집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식민지 시절의 이 땅을 불국토로 인식한 많은 작품이 담긴 '석전시초'를 통해 스님의 시 품격이 높고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불교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불교시, 불교사, 불교 인물에 대한 품평 등 다채로운 소재의 작품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발굴한 '석전속시초'는 불교문학에 평생 헌신한 석전스님의 불교적 사유가 담긴 불교시가 다수 발견돼 눈길을 끈다.
'석전속시초'에 실린 한시는 201제 405수에 이른다. 기존 '석전시초' 600여 수와 합하면 석전 시의 총량은 1000여 수에 이른다.
석전스님이 병원에서 눈 수술을 하며 고생했던 소회를 담은 7언 절구 한시인 ‘안료원중잡감’ 13장 서문에서 1911년 광주교도소에서 70여 일을 투옥했던 사실을 술회하고 있어 스님의 독립운동 행적을 확인하는 사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석전속시초'는 석전스님 문하에서 강원을 거친 제자 운허스님이 석전스님에게 전수 후, 운허스님의 제자 월운스님이 봉선사 다경실에 간직해 왔다. 이 시집이 마지막 작품이 제작된 1945년, 또는 1948년 석전스님 입적 당시 상수제자인 운허스님에게 전수한 유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 ‘조선의 마지막 학승’이자 동국대 전신인 불교고등강숙의 교장을 역임하며 근대불교에 큰 족적을 남긴 석전 박한영 스님(1870~1948).
완주출신인 그는 최남선, 조지훈, 이광수, 서정주 등 당대 내로라하는 지성인들을 길러낸 국학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진종 백용성(1864-1940), 만해 한용운(1879-1944) 스님과 함께 한국 불교를 지켜낸 3대 선각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조계종 초대 교정이며, 청담, 청우, 운허, 운기 스님의 스승으로, 한용운, 최남선, 정인보, 이병기, 신석정, 서정주, 조지훈, 김달진 등을 길러낸 선각자이자 문학가였다.
또, 한성임시정부 전북 대표, 한국인민치태평양회의서(書) 불교 대표로 서명했으며, 백양사 광성의숙으로부터 명진학교와 혜화전문학교에 이르기까지 후학 양성에 힘쓴 교육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석전스님은 근대 한국불교의 대강백이자 사상가로 꼽힌다. 환응(幻應)스님에게 사교를, 경운(擎雲)스님에게 대교를 이수하고, 설유(雪乳)스님의 법을 이었다. 만해(卍海)·금파(琴巴) 스님 등과 불교개혁에 나섰고 만해·성월(惺月)·진응(震應)·금봉(錦峯) 스님과 친일불교에 맞서 조선불교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해 임제종(臨濟宗)운동을 전개했다.
고등불교강숙 숙사(1914), 중앙학림 강사와 교장(1915~1922), 중앙불전 교장(1930~1938)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조선불교 교정(敎正)을 지냈다.
스님은 1895년 순창 구암사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후 사찰을 물론 동국대의 전신인 불교고등강숙에서 학인들을 지도했다.
이와 함께 불교계 잡지와 신문 등에 글을 써서 게재했으며, 금강산·지리산·한라산 등 한반도의 명승에 대한 기행문도 남겼다. 조선불교 선교양종의 교정을 맡았고 강원과 불교전문학교에서 사용할 교재도 다수 편찬했다.
김상일 단장은 “이번 발굴은 사업단에서 전국 사찰을 방문해 신자료를 탐문하고 발굴하는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성과”라면사 “한국 근현대 불교사와 불교문학 연구는 물론, 석전스님의 생애 복원에도 새로운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욱이 동국대 12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추진중인 전서 편찬 사업에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됐고, 봉선사에서는 운허스님 소장 자료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자료 정리와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고 했다.
사업단은 7월 3일 오전10시 동국대 혜화관 고순청세미나실에서 ‘석전 박한영과 전서 편찬Ⅱ’을 주제로 제2회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또한 전집 1차분 10권은 2026년, 신자료를 포함한 잡지 글 등은 2차분 10권으로 2028년까지 번역해 출판할 계획이다./이종근기자
지면 : 2025-05-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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