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19일 13시10분
선조들의 소박한 삶 속에 늘 함께해왔던 행복 추구에 대한 열망 담다
예인 윤문순, '화조영모도' 로 제57회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민화부문에서 대상
“우리 선조들의 소박한 삶 속에 늘 함께해왔던 행복 추구에 대한 열망을 화폭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번의 뜻밖의 대상 수상을 계기로 더욱 더 정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습니다”
‘화조영모도’를 출품한 예인 윤문순 작가가 제57회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민화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영모(翎毛)’는 새 깃과 짐승 털이라는 뜻인데,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킨다. 당대(唐代)에는 ‘금수(禽獸)’로도 지칭됐고, ‘화조(花鳥)’에 속하기도 했다.
새와 짐승을 제재로 그린 영모도는 고려시대에 화목으로 대두되어 십장생도와 같은 길상화제를 창출하며 전개했으며, 조선시대에는 도화서와 규장각 화원의 시취 화문으로 수립됐다. 영모가 독립된 화문으로 부각된 것은 조선시대가 유일했을 정도로 중시되어 발전했다.
아름다운 꽃과 새와 동물이 어우러진 화조영모도는 궁중장식화에서 유래해 민간에 전해진 뒤 민화 속에서 인간의 삶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벽사(辟邪)와 길상(吉祥), 기복(祈福)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사용됐다. 우리네 삶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일상공간을 멋스럽고 풍부하게 장식하는 그림으로 역할했다.
“‘화조영모화’는 꽃과 새, 동물이 어우러져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행복을 기원하는 기복의 의미를 담은 그림으로 조선 후기에 이를 소재로 한 병풍이 많이 제작됐습니다.
‘화조영모도’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치밀한 묘사를 잘 보여줍니다. 제 작품엔 꽃과 새, 동물 등 다양한 소재를 배치했습니다”
출품작은 단순하고 선이 아름다운 도안에 과감하고 강렬한 오방색을 더했다. 노랑, 파랑, 하양, 빨강, 검정 등 다섯 가지의 섞임 없이 순수한 기본색인 오방색이 주는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유롭고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민화는 보는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나이가 드니 나와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집니다. 그러나 한 번씩 눈을 치뜨며 세상에 성질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민화의 정신을 생각한다. 삶의 무사를 기원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유사하기 때문이리라. 예술에 대한 천성은 있으나 가난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어느 화공을 생각합니다. 제도권에 들지 못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으나 그랬기에 자유로웠습다. 무엇을 그리든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민화에는 서명이 없습니다”
원래 민화의 우리 말은 속화(俗畵)였다. 광화문 철거를 반대했던 일본의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처음으로 민화라고 불렀다.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이란 뜻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인 고유섭도 우리 미술을 “누천년 간 가난과 싸우고 온 끈기 있는 생활의 가장 충실한 표현”이라고 했다.
작가는 2022년 전주공예품전시관에서 ‘화양연화’를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국회의장상, 한국진흥협회 장려상, 광주광역시 미술대전 장려상 등을 받았다.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전국 온고을대전 문인화 초대작가, 한국민화진흥협회 이사, 한국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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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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