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5월 11일 14시11분
[메아리]동·서·남·북학 아우르는 ‘중학’의 정치
그것은 다음 사실들에서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 사상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먼저 조선후기에 들어와 서학/서양학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이러한 서학에 대한 우리 나름의 학문을 실행한 것이 실학 곧 북학이었다.
이 북학/실학의 시작은 전북 부안의 반계 유형원에서부터 이른바 중농주의 실학으로 시작을 해서, 우리나라 실학/북학의 중심이 정약용 등의 이른바 기호실학으로 이어졌고, 그 중심은 전라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실학/북학의 사상사적 한계는 너무나 분명해서 이 사상들이 사대부-양반들의 계층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는 없었다.
이 문제에 근본적인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 수운 최제우와 해월 최시형이었다. 이 두 사람은 이른바 사람/백성이 하늘이라는 수운의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신이 사람/백성에게 강림해 있으므로 제사를 모실 때에도 타자를 향해 모시지 말고 나를 향해 모시라는 ‘향아위설向我位說’ 사상을 핵심으로 동학을 창도했다. 그런데, 이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의 절반 이상을 수운은 전북 남원의 선국사 암자 은적암에서 썼으며, 이로 인해 이 경전들은 제자들을 통해 남원·임실·정읍 등 전북 일원에 먼저 널리 퍼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마침내 전북은 사람/백성이 ‘하늘’이라는 ‘조선 역사 이천년 이래 최대의 혁명’[단재 신채호]인 갑오동학농민혁명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동학의 사상 속에도 분명 한계가 있었다. 이 사상의 분명한 한계는 동서양을 함께 아우르는 사상이 아니라, 우리나라로 ‘쳐들어오는’ 서양에 대항하는 ‘척양척왜斥洋斥倭’의 배척의 사상이라는 점이었다.
이 문제에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이 바로 전북 진안 주천면 대불리 출신 광화 김치인이 중심이 된 남학南學이었다. 남학의 사상사적 핵심은 동학처럼 서학에 ‘대항’하는 사상으로는 세계사적 변화에 대응할 수 없고, 동서양을 모두 ‘아우르는’ 사상 곧 서학·북학·동학을 모두 아우르는 사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탁월한 사상을 주도했던 남학사상의 중심 세력들은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의기를 못 참아 결국 혁명에 가담하였다가, 전주 형장에서 포살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한 이 ‘중학지향성中學志向性’은 나중에 이러한 사상이 융성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동학혁명이 실패하자, 이 혁명군 세력을 우금치까지 따라가며 만류한 사람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 혁명의 중심지 정읍 이평면 객망리 손바래기 출신 증산 강일순이었다. 혁명이 실패하자, 그는 곧 바로 모악산 대원사에 들어가 피나는 큰 고민 끝에 ‘해원-상생-대동’이라는 핵심 취지의 새로운 사상을 깨닫게 되었다. 이 새로운 사상은 기존의 서학·북학·동학·남학 사상들을 새로운 융합적 지평에서 아우른 사상이었다.
이 사상을 이루어낸 증산 강일순의 탄생지가 작년에 전북 종교문화 유적 제1호로 지정된 것은 전북사상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하나의 계기를 이루어내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 문화유적 지정 결정에는 불교·천주교·기독교 관련자 분들이 모두 참여했다고 한다. 이런 분들이 모두 서로 다른 주장으로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이런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도 앞으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사상사적 미래를 희망차게 한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전북인들도, 동학혁명은 알지지만 동학의 사상사적 한계를 극복하는 세계 사상사의 새로운 융합적 지평을 지향한 증산 강일순 선생의 ‘중학혁명사상中學革命思想’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 전북은 “징 깽매기나 치고 판소리나 한 자락 흥얼거리고 ’술풍류‘나 일삼는 지역”이 결코 아니다. 전북은 바로 우리나라 근현대 사상사의 중심지역이다.
6월 초면, 새로운 우리나라 대통령이 탄생한다. 새로 뽑힐 이번 대통령은, 바로 우리 전북인들이 피나는 오랜 고통 속에서 이루어낸 이 ‘해원-상생-대동’의 사상, 곧 동·서·남·북학을 새로운 21세기적 융합의 지평에서 ‘중학사상’으로 이루어낸 이 위대한 ‘천지굿’ 사상을 우리 새 정치의 모토로 삼아, ‘해원-상생-대동’의 새로운 21세기적 한국정치를 실행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빈다./김익두(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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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5-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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