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이 만난 사람]전국 최초 운수회사 전북고속 105년
황의종 대표이사
전북고속이 지난 1일 창립 105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 넘도록 전북도민의 발이 돼온 전북고속은 일제 강점기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로 국내 첫 대중교통 기업이자 민족 기업이다. 도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일 뿐 아니라 설립 당시에도 전국을 통틀어 주식회사 형태를 갖춘 9번째 회사다. 한 세기 이상 도민과 영욕을 함께해온 전북고속의 역사와 마주한 현실을 황의종 대표이사에게서 듣는다.
“전북고속은 1920년 순수 민족자본에 의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대중교통 기업이자 민족 기업입니다.”
창립 105주년을 맞은 황의종 전북고속 대표는 특히 전북고속은 설립 한 해 전 있은 기미년 3·1운동 정신을 근간으로 당시 일제 억압과 폭력 치하에서 국민의 신속한 이동과 교통 편의를 위해 세워진 회사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창업자인 최승렬 씨는 소년 시절 서울 성균관 초등부를 전주에서 가마나 말을 타고 이동하는 불편과 비효율을 겪으면서 누구나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하겠다면 회사를 세웠다는 것.
하지만 회사는 일제 강점기 총독부령에 따라 회사 회장을 일본인에게 맡기는가 하면 1937년 중국 침략을 위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휘발유 공급을 중단하는 바람에 해방 때까지 목탄을 사용한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일제는 최후 발악하는 수단으로 버스 사업을 통제하기 위해 1944년 1월 당시 조선총독부의 1개도 1개 회사 통합령으로 전북고속은 1944년 3월 25일까지 도내 15개 회사 통합을 마치고, 상호를 ‘전북여객자동차주식회사’로 출발하면서 창립기념일을 4월 1일로 변경한다.
“6·25전쟁으로 큰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으로 당시 사장이 숨지고 회사소유의 버스 98대 가운데 39대와 택시 20대 전부가 방화, 약탈, 탈취당했다고 합니다. 남은 버스 59대도 대부분 파괴되어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황 대표는 “그러나 전쟁 중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운행을 감행하고, 5·16쿠데타 이후에는 버스가 닿지 않은 농어촌 산간벽지주민 교통을 위하여 스스로 장비를 만들어 달구지길을 넓히고 버스를 운행, 주민들의 큰 환호를 받기도 했다”라는 설명.
군사정부는 민심을 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었는데 전북고속의 벽지 노선 개척과 주민 교통편의 제공 사실을 높이 사 새마을 운동 유공 회사로 우대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서민 대중의 발 노릇을 해야 하는 버스회사가 단순 영리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창립 정신을 지켜온 것이라는 소개다.
도약의 시기도 있었다. 전북고속은 1970년 이후 성장을 거듭 1988년에는 버스 보유 대수 548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량 보유하기도 했다. 승객도 넘쳤다. 명절이면 몰려드는 승객을 통제하기 위해 경찰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운전자 대우도 당시 도청 과장급 급여를 넘어설 정도였다.
황 대표는 1971년 29살의 나이에 회사의 간부로 영입돼 전북고속과 인연을 맺었다. “입사해보니 당시 위세 높던 경찰서장을 지낸 분, 도청의 계장을 지낸 분들이 전북고속에 입사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직원 대우도 월등해 고참 운전자들은 당시 표현으로 ‘두 집 살림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농어촌 인구 감소와 자가용 승용차 증가, 승객감소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중교통이 경영난을 겪게 되자 정부는 국민의 이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8년 버스에 재정지원을 하도록 법률을 제정 (운수사업법 제51조)했다. 버스회사의 경영난으로 교통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려는 정책이다.
그러나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2001년에야 빈약하게나마 재정지원이 시행되고 전북고속은 2003년 이후 서울, 부산, 대구, 인천공항 등 노선을 개척하였음에도 승객감소에 따른 경영 애로로 인하여 20여 년간 243대나 감차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적자 누적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전북도에 버스노선 감축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105년 역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여 년을 회사와 운영을 함께해온 황 대표의 개인적 감회는 남다르다.
“독립정신을 지키려고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100년 기업이 적자 누적으로 운행중단 위기에 빠진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대중교통 기업은 국민의 이동권이라는 기본권을 대신하는 기업입니다.”
전북도가 하루라도 빨리 법에 정해진 대로 손실보장금을 지급하고, 대중교통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게 황 대표의 주장이다.
“전북 시외버스는 전국에서 제일 적은 수입을 내고 있습니다. 유류비, 인건비 등 물가 상승으로 운송원가가 크게 상승해 적자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황 대표는 “최근 4년간 비수익 노선에서 누적된 적자는 200억8,800만 원가량이며.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0년 100억 원을 초과했고 이후로도 매년 수십억 원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라는 설명이다.
황 대표는 “한데도 전북도는 그동안 비수익 노선 손실액의 77%가량만을 지원해오고 있다며 법이 정하고, 전북도가 스스로 원가계산을 한 액수만큼 지원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시외버스는 단순한 돈벌이 회사가 아니라 국민기본권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기인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거다.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를 제일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면서, 105년 전통과 450여 명 근로자를 거느린 향토기업은 근로자들 임금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해마다 감차하면서 버티어 가고 있는데, 지자체는 유치할 기업만 보이고, 존속하고 있는 기업의 애로는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황의종 대표는?
황 대표는 1971년 29살의 나이로 공기업을 그만두고 전북고속에 간부로 영입돼 반세기 넘게 회사와 영욕을 함께했다. 입사 7년 뒤에는 주주총회에서 전무로 피선돼 임원이 된 뒤 1991년에 대표이사가 됐다. 2000년에는 전국버스연합회장으로 피선돼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을 설립하고, 버스 재정지원,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대중교통 계정 신설 법률 개정 같은 시외버스 발전을 위한 법률제정과 개정에 큰 역할을 했다.
1998년 은탑산업훈장과 2018년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6~2009년 잠시 회사를 떠나있었으나 복귀해 2010년부터 극심했던 노사분규를 진정시키고 노조의 “무분규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 시외직행버스중앙협의회 회장과,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헌법으로 교통기본권 보장을 국가 책임으로 하는 것과 같이 국민의 교통기본권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헌법에 명시하도록 대한교통학회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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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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