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1일 16시12분
[경제와 미래]농산업 구조 개편, 더 늦출 수 없다
그동안 첨단산업은 IT나 전자산업에만 국한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농업 또한 첨단 기술과 융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실제로 IT 기술과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며 딸기, 토마토, 고급 채소 등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농업의 고부가가치, 첨단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내 농산물은 현재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이는 생산 인력의 고령화와 고임금 구조, 자연 여건에 따른 생산비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격차는 더욱 커지고, 결국 국내 농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제는 농업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우리 농민들은 '농업'이 아닌 '농사'에 전념해 왔으며, 이와 같은 소규모 경작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농사에서 벗어나,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는 ‘농산업’ 개념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농업을 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농업 종사자를 단순한 생산자가 아닌 경영자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전국 농가 수는 99만 9천 가구로 전년 대비 2만 3천 가구 감소했다. 농업 인구는 206만 9천 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은 52.6%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 고령 인구 비율의 약 세 배에 해당하며, 농업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농업 자체가 존립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또한 농가 평균 소득은 5,083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지만, 이 중 농업소득은 1,114만 원에 불과해 전체 소득의 21.9%를 차지한다. 이는 농업이 더 이상 주요 소득원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생산 위주의 농사에서 벗어나, 경쟁력있는 기업형 농업 구조로 전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식품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자체 가공 공장을 운영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농산업 분야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내륙에서도 가능한 양식업의 산업화, 자동화 기술의 적용 등은 새로운 농업 수익 모델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종자산업은 농산업 발전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전라북도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종자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관련 기관과 전문 인력이 집중되어 있다. 고품질 종자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이는 농산물뿐 아니라 해조류, 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하다. 첨단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종자산업은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제는 '농민이 주도하는 농사'에서 벗어나 '기업이 운영하는 농업'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잉여 농산물을 수매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아닌, 농민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층의 농산업분야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종합하면 농산업의 구조 개편은 단지 농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과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중대한 과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며,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이다.
/신동화(사)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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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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