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화가’ 송만규, 하동과 섬진강의 비경을 예찬하다
경남 하동군이 12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하동문화예술회관 전시실 & 아트갤러리에서‘섬진강 서시(序詩) : 삶과 역사에 대한 예찬’을 주제로 송만규 작가 초대전을 연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가 한데 어울려 ‘별천지’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하동과 섬진강의 진면목을 담은 탁월한 예술적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15일 제41회를 맞는 '하동군민의 날'을 기리고, 자연스레 ‘하동 사랑’의 마음을 북돋우려는 뜻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는 섬진강 은모래길, 평사리 부부송, 하동 송림, 하동 포구 등 섬진강의 비경만이 아니라 만경강, 한탄강, 임진강 멀리 두만강, 해란강까지 굽이굽이 이어지고 펼쳐진다. 작가가 천착해온 ‘물의 길’이 사실은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는 ‘삶의 길’이고 ‘역사의 길’이며 그에 대한 담담한 사랑이고 예찬인 까닭이다.
‘섬진강 화가’이자 ‘강의 사상’으로 유명한 작가는 20여 년을 줄곧 섬진강 500여 리 물길을 오르내리며 강의 사계를 수묵의 붓질로 화폭에 담아왔다. 쪽창만한 크기에서 최대 20여 미터에 달하는 광폭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강의 면모는 다채롭지만 하나같이 일찍이 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주었다는 강의 손길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으로 충만하다.
‘강’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올해로 32년이 된 송 작가가 그동안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온 강의 의미를 화폭에 담았다.
화가는 섬진강물을 먹물삼아 섬진강만을 그려왔다. 강과 관련한 작가의 작품 세계는 섬진강에서 시작했다. 계절마다 섬진강 물길을 걷고 또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우러진 강물이 건네는 메시지를 한지와 수묵으로 담아냈다. 그 중에서 대표작은 섬진팔경이다.
그의 작품 속엔 묵언수행처럼 이어지는 새벽강가의 운무와 물방울들, 그리고 사시사철 변해가는 강물들의 움직임이 움직임이 그려진다.
작가는 “섬진강은 겉으로는 화려함을 갖고 있지만 남도 구석구석을 조용히 적시며 기꺼이 섬세하게 배려하고 나누는 모습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특징은 바로 작은 물방울이 꿈꾸던 유토피아이자 사랑, 겸애가 이루어 낸 대동사회의 한 모습”이라고 했다.
작가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강의 변화되는 모습을 화폭에 담이왔다. 작가의 작품에서 강 주변의 건물이나 인물의 형상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묵담채로 실제 배경의 피상적 재현을 떠나 자연을 마주하는 인간의 내적 근원적 사유를 담고 있다.
강은 생명의 근원이자 세상의 유익함이라고 말하는 ‘수선리만물(水善利萬物)의 상징이다.강은 모든 생명의 상징이자 한민족의 역사임을,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자연의 조건임을 송만규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오늘도 물과 강, 인간과의 호흡이라는 화두로 여러 강물을 따라 사색하며 또 다른 강물에 붓을 적시고 있다.
화백은 “물은 옆집 메마른 논을 적시고, 땅에 배를 대고 엎드리며 오체투지를 하는 성직자처럼 낮은 데로, 항상 더 낮게만 향한다. 그래서 물을 도(道)라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가 특별 “최근에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하동 군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은정 미술 평론가는 “수십 년 동안 섬진강을 그린 그의 시간은 장대한 섬진강에 대한 서사다. 인간의 공간에 깃든 시간과 사유, 역사와 삶에 대한 성찰의 분무(噴霧)며 핏줄이나 젖줄과 같아서 생명과 평화를 성찰하게 한다”고 했다.
1993년 '이 바닥에 입술을 대고'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가진 뒤 2002년에는 섬진강 구미마을에서 '새벽 강', '언 강' 등을 발표하면서 ‘섬진강 화가’, ‘강의 묵객’이라고 불리는 송화백은 원광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그동안 30여 차례의 국내외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저서로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 사상', '들꽃과 놀다' 등이 있다.
14일 오후 3시에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 '작가와의 대화 및 오프닝 행사'를 마련, 피아니스트 송광식의 축하 공연이 열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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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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