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4월 14일 08시29분
최지영 작가, 전주 사용자공간 플랜C에서 개인전 '공(空)과 원(圓)’
전시엔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동그라미 연작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내면적 사유와 감정의 회복, 그리고 동양 철학적 명상성을 담은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업은 2019년, 작가의 아들이 군에 입대한 해 깊은 상실감 속에서 시작되었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순간들 속에서, 작가는 아들의 무사함을 기도하며 먹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고, 그 원은 기도이자 염원이 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며 돌탑과 같은 형상으로 쌓여갔다.
작가는 “동그라미는 내 안의 상처를 다독이는 치유의 행위이자, 내면을 비우고 채우는 명상의 도구였다”고 말한다. 이는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무(無)’의 사유와 맞닿아 있으며, 한 점에서 시작된 선이 다시 원으로 되돌아오는 흐름 속에서 존재와 우주의 관계, 삶의 순환성을 깊이 성찰하게 한다.
이 원(圓)은 단지 형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는 행위’였다. 동양철학에서 원은 우주의 질서와 순환을 상징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충만과 비움의 경계를 사유한다. 각 원은 ‘한 사람의 고요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동시에 모든 존재가 연결된 공(空)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하학적 도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와 조응하는 ‘사유의 형상’이며, 고요한 울림을 전하는 명상의 회화다.
작가의 고백적 작업을 통해 관람자는 상실과 치유, 존재와 순환의 의미를 다시 마주하게 될 터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과 조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동그라미라는 단순한 형상을 통해 감정과 철학, 고요한 사유의 깊이를 만나는 이번 작업은, 감각의 예술을 넘어 사유의 예술로 관람자를 이끈다. 관람자들은 작품을 통해 자기 안의 치유 가능성과 명상의 호흡을 느끼며, 공(空) 속에서 오히려 충만함을 발견하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동그라미 작업을 통해 치유, 명상, 동양 철학의 사유를 화폭에 담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동그라미 연작’은 작가 개인의 기도와 상실에서 비롯된 내면적 예술 실천으로, 반복된 붓질 속에서 생성된 원은 점차 존재와 우주의 관계를 사유하는 철학적 도구로 확장됐다. 현재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뿐 아니라, 예술 인문학 강의, 진로 교육 등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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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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