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13일 14시20분
[메아리]크게 잃으면서도, 무엇을 잃는지도 모르는 전주시
-애써 가꾸어 놓은 ‘생태도시’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를 보며
모래내시장 쪽으로 발길이 자연스레 옮겨지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아직도 전주에서 유일하게 전통시장의 아우라가 살아 있는 모래내시장이 있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모래내시장 인근에는 전주시에서 유일하게 무성한 느티나무 가로수 숲이 시장 인근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 두 가지가 전주에서 유일하다. 우거진 느티나무 가로수 숲은 무더운 여름날 이 되어도, 이 나무 숲그늘 아래서, 할머니들이 인근 시골에서 키워 가지고 나온 푸성귀 등속들을 편안히 좌판을 벌리고 앉아 팔 수가 있고, 그런 좌판들은 또 전주 시민들을 모이게 하고, 이렇게 모인 시민들로 인해 그 옆의 시장 상가, 약국, 병원들도 늘 사람들이 붐비며, 최근에는 남부시장에서 장사가 안 되어 이쪽 모래내시장으로 장사터를 옮기는 분들도 점차 늘고 있다. 이 시장 외에, 전주에서 살아 있는 전통시장은 이제 없다. 그 이유는, 이런 시장들을 전주시가 다 몰아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동부시장, 남부시장, 서부시장의 좌판시장이 다 사라져버렸고, 그렇게 해서 이런 시장들은 다 망해버렸다.
팔자가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나가는 반태산 쪽 산책길 큰길가에도, 작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양기운이 가장 풍부하다는 회화나무 가루수들이 참 아름답고 생기로운 기운을 만발하고 있었고, 저녁 무렵이면 이 회화나무 가로수 숲속에 수많은 새들이 깃을 들이고 재재거리며 노래를 부르다가 잠자리를 보고 깃들이곤 하였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들이 다 사라지고 없다, 작년 가을, 전주시청 녹지과에서 가로수 정비 방법을 전혀 모르는 벌복꾼들을 데려다가 마구잡이로 그 무성히 싱그럽던 회화나무 가로수들을 꽁지가 다 빠진 새 모양으로 마구 난도질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은모래내 큰길가 빈집 자리의 작은 숲 나무들을 몽땅 다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어, 그곳을 마지막 보금자리로 삼아 살던 많은 새들이 모급자리를 잃고 어디론가 다들 뿔뿔이 사라져버렸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현 시장이 취임한 직후, 삼천천의 오래 자란 많은 소중한 나무들을 마구 베어,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주천의 나무들, 최근에는 전주시의 풍수비보 연못으로 가장 중요한 덕진연못의 나무들조차, 무슨 정비를 한다고 모조리 다 파 없애고, 연못은 아예 밑바닥까지 물을 싹 말려버리어, 그동안 보존되던 기본 생태까지 다 파괴해버리었고, 이젠 거기서 그 많던 물병이리들조차 보기가 어려워져버렸다.
이뿐인가. 몇 년에 걸쳐서, 전주 구시가지의 중심도로인 관통로에 몇 싶 년 동안을 공들여 키운 전주시의 시목(市木)인 은행나무 가로수들을 몽땅 다 베어버려, 관통로 서쪽 객사 앞길엔 그 아름답던 은행나무가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
이렇게 해서, 전주시 당국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얻자고 이러는 것인가.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일차적으로 소중한 것은 우선 ‘생태‒환경의 튼튼한 조성’이다. 다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RE100’의 재생에너지 전력기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생산품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선진국들의 산업과 생산의 방향이자 기준인 마당에, 이런 몰상식한 공공 재산의 무자비한 파괴를 시민들은 그저 앞으로도 우두커지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
엊그제, 최근 몇 십 년 자란 은행나무 가로수들을 다 베어내고 조성해 놓은 객사 앞길에 새로 개업한 가게들을 나가 한 번 둘러보았다. 건물들이 새로 단장되고 우선 불빛이 전보다 더 번적거렸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전보다 더 늘어난 것은 아니었고, 여전히 가게 안은 거의 비어 있었다.
이런 자연 파괴적인 어이없는 정책 방향보다는 그 반대의 방향, 시내 어느 곳이나 싱그러운 가로수가 활기롭게 자라고, 그 위에서 새들이 둥지를 틀고 노래하고, 그 가로수 그늘에 시골 할머니들의 소박하고 싱싱한 푸성귀 좌판도 앉아 있고, 그 그늘 아래 적당히 놓인 의자들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앉아, 아침저녁 혹은 휴식 시간들을 즐기며 인근 가게에서 맥주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물건도 사는 풍경, 이런 방향의 정책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김익두(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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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1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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