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고려시대 고적(古蹟) 정읍의 망부석을 찾아라
『고려사』기록에 등장하는 정읍시 역사유적은 망부석(望夫石)이 유일하다. 망부석은 1451년(문종 원년)에 편찬된 『고려사』 악지 삼국속악 정읍에 처음 등장한다. 정읍(井邑)이 백제의 속악인지, 후백제의 속악인지, 고려의 속악인지 명확하지 않다. 정읍의 서사(敍事)를 노래한 가사가 『악학궤범』시용향악정재 중 무고 항에 정읍사(井邑詞)로 쓰여져 있다. 정읍 및 정읍사는 한국학계에서 가장 많은 논문으로 발표된 주제다. 그런데 연구 논문마다 정읍 및 정읍사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정읍사가 음란한 가사라는 해석에서 남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순수한 부부사랑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고려사』악지의 정읍과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적조의 망부석은 매우 구체적인 현장성을 명시하고 있다. 『고려사』에는 행상을 나간 남편이 밤 늦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그 처가 산에 올라 바위에서 바라보았다(其妻登山石以望之)는 것과 그 처가 딛고 올라 선 바위가 고갯마루에 위치한 망부석이라는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오고 있다(世傳有登岾望夫石)는 사실이다. 그의 처가 올랐다는 산은 높은 산이 아니라 고갯마루다. 고개는 마을 인근에 있어야 하고, 장보러가는데 수없이 넘던 고갯길 옆에 망부석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망부석이 정읍현 북쪽 십리 거리(在縣北十理)에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도 정읍시는 역사적 현장성을 외면한채 방치해놓고 있다.
이토록 정읍사 망부석의 현장성은 분명한데도 정읍시는 망부석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려시대 정읍 가요와 정읍시의 명칭 일치하여 이보다 더 좋은 도시브랜드 가치는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읍시가 추진해온 정읍 및 정읍사 선양 사업은 매우 형식적이고 엉뚱하다. 정읍시내에는 정읍사공원이 있다. 정읍사공원에는 정읍사 여인을 묘사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정읍사 공원은 정읍 및 정읍사 역사적 현장과 전혀 관련성이 없다. 정읍사문화제제전위원회는 2024년에 35회 정읍사문화제를 정읍사공원에서 개최하였다. 정읍사문화제는 이벤트 행사로서 매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지만, 정읍 및 정읍사 정신을 기리기 보다 매우 형식적으로 정체성이 없다.
그리고 문화적 공간으로 천년부부사랑 정촌가요특구가 정읍시 신정동에 조성되었는데, 최근 한국가요촌 달하로 변경하였다. 이 한국가요촌 달하는 정읍사 노래 기념사업으로 조성된 것 같은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뭘 하는 곳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정읍사 노랫말이 그렇게 천박스러운 것이 아닌데, 뭘 보여주려고 한국가요촌 달하를 조성하였는지 황당할 뿐이다. 그리고 정읍시는 조선시대 정재무고 정읍이 일제강점기에 기악곡 수제천으로 바뀌어 연주되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수제천은 정읍으로 되돌려야 하고, 더 나아가 정읍사는 『악학궤범』시용향악정재에 기술된 무고정재로 원형 복원되기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정읍 및 정읍사는 정읍시의 정체성인데, 이토록 엉망진창일 수 있는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정읍 및 정읍사 기념사업은 모두가 역사적 현장성과 문화적 본질과 어긋난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정읍시의 선양, 홍보, 기념 사업으로 정읍 및 정읍사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 정읍시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만들고, 정읍 및 정읍사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정읍시를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인데 왜 이토록 허술하고 초라한 수준낮은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 걸까. 어떤 기념사업보다 먼저 ‘정읍 및 정읍사 학술조사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이다. 정읍시는 한국학계에서 중구난방식의 정읍 및 정읍사 연구의 혼란 방지와 정읍시의 문화정책의 일관성을 위하여 공식적이고 권위있는 학술기관에 학술조사보고서 발간을 의뢰해야 한다. 조선시대 관찬사서인 『고려사』『신증동국여지승람』『악학궤범』과 같이, 정읍시가 정읍 및 정읍사 학술조사종합보고서를 관찬사서(官撰史書)로 발행해야 한다. 고지도와 사료에 따르면 망부석마을은 분명히 정읍시 두승산 근처에 있다. 그 마을을 중심으로 정읍사 망부석 선양 및 기념사업을 펼치면 되는데, 망부석마을과 전혀 동떨어진 곳에 정읍사 공원과 기념관을 조성 운영하는 것은 쌩뚱맞고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정읍 및 정읍사의 정체성을 살려내는 선양 기념사업을 제대로 펼쳐야지 현재와 같은 방식의 정읍 및 정읍사 기념사업은 정읍시민을 부끄럽게 만들 뿐이다. 망부석은 고려시대 역사유적, 즉 고적(古蹟)으로 재인식하고, 정읍사는『악학궤범』에 실린 가요, 가사라는 점을 재평가하여 정읍시민의 자존심을 되찾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사단법인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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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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