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주는 안전한가?
지난 3.21일 오후 산청 산불을 시작으로 의성, 울진에서 대형 산불로 국가 재난 사태가 발령되었고 우리 지역 고창, 정읍, 무주 등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로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국토가 몸서리를 앓고 있다. 이번 산불로 3.30일 현재 사상자 75명(사망 30, 부상 45)이 발생하였고, 재산 피해는 현재 가늠조차 되지 않으며 해당 주민들의 고통은 헤아릴 수가 없다. 전문가에 의하면 산림이 복원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년, 생태계 복원까지 5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산청 산불은 예초기 작업 중 튄 불똥에 의한 발화, 의성은 성묘객 실화, 울진은 농장에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대형 산불의 원인도 군부대 사격훈련, 군부대 쓰레기 소각 부주의, 전신주 변압기 등에서 발생한 바 있다. 대체로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다.
2024년 7월에 발행된 소방청 「2023년도 화재통계연감」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23년(10년)까지 전체 화재 410,498건 중 발화 요인은 부주의가 205,498건(50.1%)으로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 전기적 요인 95,759건(23.3%), 기계적 요인 42,782건(10.4%) 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전북 지역에서 최근 5년 화재 건수는 10,605건으로 매년 평균 2,121건 발생하였고, 기타(야외) 화재 2,800건(26.4%), 주거시설 2,425건(22.9%), 산업시설 1,348건(12.7%) 순으로 나타났으며 화재 원인은 54.1%가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분석되고 있다. 전국에서 10년간 발생한 화재의 50.1%와 전북에서 5년간 발생한 화재의 54.1%가 인간의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다.
몇 년 전 깊은 산 중 사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요사채가 전소한 적이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주자는 불가항력적 상황임을 이야기하였다. 수십 년 동안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생활했지만 안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궁이 주변에 잘 타는 물건은 없었는지를 질문하였더니 양초를 담은 상자가 인근에 있었다고 답변하였다. ‘그것이 불가항력적 상황입니까?’ 하니, 거주자는 할 말을 잃었다. 자기 습관에 매몰되어 변화된 주변 환경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아서 요사채만 소실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봄철이었다면 대형 산불로 확대되었음이 분명하다. 인간의 부주의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인가? 얼마 전 관내 요양병원 관계자를 만나서 안전을 당부하고 소방 및 안전시설을 살펴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모범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요양병원을 방문해 보니 강당에 종사자들이 집합해 있었고 병원장과 나는 제일 앞줄에 나란히 앉아서 소방안전관리자가 설명하는 병원의 소방·방화시설 현황과 소방 안전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면서 "예방이 최선이다"라는 데 모두 공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종사자들과 함께 병원 내 안전시설을 숙지하고 관련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안전의식을 높이고, 종사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병원장이 무척 존경스러웠다.
전주는 지난 2.28일 서울특별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2036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되었다. 최종 선정을 앞두고 다양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안전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국제적인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라고 생각한다. 전주 시민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매 순간 “전주는 안전한가?”를 묻고, 주변의 안전 요인을 확인·점검해 보자.
/전주완산소방서장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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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5-04-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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